왜 연초부터 ‘효과 없는’ 정부 양곡 푸나

농식품부, 2월까지 신·구곡 합해 18만톤 우선 방출
전농·쌀협회 “식량수급 안정화? 물량·시기 부적절”
"근시안적 대책 버리고 식량위기 대비 양곡정책 세워야"

  • 입력 2021.01.06 10:09
  • 수정 2021.01.10 19: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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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2월까지 정부양곡 18만톤(·구곡 합산)을 시장에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같은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협회가 시기와 물량 모두 시장혼란만 야기한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2020년산 쌀 생산량이 급감해 수급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연초 18만톤 방출 발표는 쌀값 하락만 가져올 뿐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2020년산 쌀 생산량 감소를 감안해 1월 중 산물벼 8만톤(벼 기준 11만톤)2018년산 구곡 4만톤 등 12만톤을, 그리고 설 이후엔 2019년산 6만톤을 각각 시중에 방출한다. 2월까지 방출되는 정부양곡은 신·구곡 합쳐 18만톤이다.

우선 지난해 수확기 산물벼로 매입한 공공비축미 8만톤은 산지유통업체 인수 의향 조사(6~8)를 거쳐 11일부터 인수·인도한다. 또 설 명절을 앞두고 떡쌀 수요에 대비해 2018년산 4만톤도 공급한다. 구곡 4만톤은 오는 14일 입찰해 19일부터 인도한다. 떡집 등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 농식품부 설명이다.

설 이후 방출하는 2019년산 구곡은 다음달 18일 입찰해 24일부터 전달된다.

농식품부는 이번 정부양곡 방출에 대해 산물벼 인수·인도와 공매는 과잉경쟁을 방지하고 실수요 업체 중심으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벼 상태로 판매하는 것은 금지 한다고 설명했고, 특히 “3개월 이내 쌀로 판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주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농민단체와 수확기(10~12) 내에 물량 방출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수확기 이후 방출 시기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면서 농민들 입장에서야 쌀값이 높은 것을 바라겠지만 수급상황을 놓고 판단해 보면 통상의 경우보다 늦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주 과장은 정부가 이번에 방출정보를 공개한 데에는 대량의 조곡을 판매하는 농협, 창고에 여유분을 쌓아놓은 대농들이 단경기 쌀값 상승 기대심리를 접고 거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오는 2월까지 정부양곡 18만톤을 시장에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시장혼란만 야기한다”고 비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홍천군 서면 굴업리의 한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수확한 뒤 톤백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오는 2월까지 정부양곡 18만톤을 시장에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농민단체들이 "시장혼란만 야기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강원도 홍천군 서면 굴업리의 한 들녘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수확한 뒤 톤백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는 올해 쌀수급 부족분을 37만톤 가량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표대로 2월까지 18만톤을 방출한 뒤 부족한 물량 19만톤 가량은 3월부터 6월까지 매월 공매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1월 중 판매하는 공공비축미곡 산물벼 8만톤의 공매가는 40kg 1등급 한 포대 기준 68,151원이며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과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영동)5일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양곡 방출의 부적절함을 비판했다. 전농과 쌀협회는 수확기가 끝나는 2월 설 이후 시장상황에 따라 부족한 물량을 5만톤 이내에 방출하는 것에는 협의한 바 있다. 주식인 쌀이 부족해 국민들에게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정부발표는 협의한 내용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에 따르면, 1월 구곡 4만톤 방출은 지난해 11월 양곡수급안정위원회에서 협의한 범위를 벗어날 뿐 아니라 실제 1월에 원료곡이 부족한 시기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도 1월 정부양곡 방출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소한 정부가 시장에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5년 동안 계속된 쌀 생산량 감소에 이어 2020년 최악의 흉년은 2021년 양곡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근시안적인 해법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양곡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농과 쌀협회는 4가지 요구조건을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첫째 경기지역 수확량만큼 들어오는 수입쌀 TRQ 물량 408,700톤을 즉각 철폐할 것 둘째 진흥지역 농지 전용을 막는 농지법 강화를 비롯해 밀·콩 등 식량작물 자급률 제고방안 마련할 것 셋째, 새로운 양곡정책 수립 및 농민·학계·소비자 등과 함께 별도의 기구를 만들고 제도화 할 것 넷째 2021년 양곡정책은 인위적으로 가격을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물량만큼 5만톤 이내 방출해 수급안정을 도모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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