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만에 다시 예방적살처분 거부 나와

화성 산안마을,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행정명령 거부
“무분별한 살처분, 과학적 근거 없는 친환경 축산에 대한 탄압”

  • 입력 2021.01.01 09: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한 동물복지 친환경 산란계농장이 고병원성 AI로 인한 예방적살처분 집행을 거부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살처분만 고집하는 방역정책에 근본적인 전환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다시 모이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야마기시즘실현지영농조합법인(대표 김상보, 산안마을)은 지난해 12월 23일 인접한 산란계농장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아 예방적살처분 행정명령을 전달받았다.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과 산안마을은 약 1.8㎞ 떨어져 예방적살처분 범위(3㎞)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산안마을은 무분별한 살처분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행정명령의 집행중지를 요청했다. 산안마을은 26일 성명을 내고 “예방적살처분은 가축의 생명권 침해이며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에 대한 강력한 탄압정책이다”라고 규정하며 예방적살처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의 개정을 주문했다.

산안마을은 계사가 평사로 조성돼 닭들이 스스로 모래목욕과 파헤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신선한 풀을 먹이며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추구하는 양계를 지향하고 있다. 또, 경기도와 화성시의 지원을 받아 동물복지형 방역선진화 농장 사업에 선정돼 치밀한 방역체계를 갖췄다는 평이다. 산안마을은 현재 계사 15동에서 3만4,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김상보 산안마을 대표는 30일 전화 통화에서 “출입구는 차량 및 대인 소독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농장에 출입하려면 방역관리동에서 샤워를 한 뒤 작업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또, 계사마다 전실이 있어 다시 소독하고 장화로 갈아신고 옷을 입어야 한다”면서 “매일 간이키트로 검사하고 있으며 경기도가축위생시험소에 실시한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익산 참사랑농장의 정신은 살아있다”면서 “앞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만들려면 이제는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하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살처분 위주의 방역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익산시의 참사랑농장은 앞서 2017년 2월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예방적살처분 행정명령을 거부하고 닭을 살리는 선택을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산안마을의 살처분 거부 소식이 전해지며 이에 힘을 싣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는 중이다. 산안마을 살처분 명령 집행중지를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는 28일 성명에서 “미국과 일본은 발생농가만 살처분하고 있으며 중국도 백신접종 정책을 진행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살처분이란 구시대적 방역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친농연은 “살처분 정책으로 그동안 쌓아온 친환경 축산의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친환경 양계농가의 산실인 산안마을 양계를 죽이는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다음날인 29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탁상행정식 살처분 정책을 규탄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정부의 3㎞ 이내 예방적 살처분은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으며 실제 매년 재발하는 가축전염병은 살처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면서 “탁상행정식 살처분이 아닌 현장 상황을 반영하는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