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유토피아를 꿈꾸며 - 치산치수로 농민들에게 웃음을

  • 입력 2021.01.01 09: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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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전남 구례)

힘들다 힘들다 해도 2020년처럼 농민들에게 힘든 한해가 있었을까? 새해를 맞이하며 늘 반복되는 한해 한해를 보낸 듯하지만 여느 때의 힘듦을 넘는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코로나19로 학교급식에 길이 막혀 마냥 제자리에서 커가는 작물들을 보며 초등입학을 앞둔 아이처럼 개학을 고대했던 날들이 하염없이 길어졌기에 제대로 수확 한 번 못하고 밭에서 사그라졌던 나물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끝나겠지 했던 코로나19는 여전하다.

늦은 서리와 우박은 일상화가 됐기에 이제 막 비닐을 뚫어 고개 내민 감자싹이 옴짝 내려앉아도 놀라지도 않게 됐다. 올해도 감자는 졸임이나 해 먹겠군 하고 미리 포기하거나 부랴부랴 다시 씨앗을 파종하기도 한다. 모를 심는 날부터 나락모가지 나올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고 역사책에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장마철이 우기가 시작된 한해로….

이정도면 기후위기가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화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 된 게 아닐까? 기후위기와 함께 코로나19라는 역병에 수해참사까지 미리 대처하지 못한 상황은 큰 재난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하지 못할 듯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예측하지 못할 일도 결코 아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백성들이 의식주 걱정 없이 살아가게 했던 이상향에 가장 근접했던 시대로 이야기되는 요순시대는 언제쯤의 이야기일까? 치산치수를 기본으로 정치를 행하여 백성의 근심걱정을 덜게 했던 시대였다 한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는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까지 개발된 지금이 어찌 요순시대만큼도 못할까 싶다.

올여름 수해참사로 엄청난 재난을 겪었다. 비가 하염없이 내려도 댐을 90% 이상의 수위로 관리하는 매뉴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홍수조절이라는 댐의 기능은 어떤 것일까?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댐의 기능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야 함에도 종이 한 장이 날아온다. 섬진강둑을 2미터 올릴 계획으로 수용예정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중이라는 공문이 도착했다. 댐이 넘쳤으니 둑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쯤 되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둑이 넘치도록 방치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이제는 진짜 달라져야 하지 않은가? 기후위기에 그린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농지에 태양광이나 지을 생각을 하는 관료들이 여전히 정책의 입안자 위치에 자리하는 이상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다.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의 장비를 총동원해 농업을 이어가려는 자들이 있는 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들이다.

물난리가 나자 어찌 됐건 살고자 하던 소들이 산봉우리 절을 찾아 올라갔던 사연이 올여름 지면을 장식했었다. 우직하고 부지런하며 남을 속일 줄 모른다는 소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살길을 찾아 나섰듯 이제 농민들이 직접 나서야 할 차례다.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하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헤쳐보자. 제아무리 뒤엉킨 실타래라도 끝을 찾아 풀어내는 지혜를 지닌 모든 이들이 나서자.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닌 직접 나서지 않으면 결코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기나긴 역사 속에서 배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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