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농민들이 이야기하는 ‘희망’

현장 농민 6명이 이 땅의 모든 농민에게 전하는 신년사

  • 입력 2021.01.01 09: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종식되고 희망찬 2021년을”

고성효(제주 서귀포)
고성효(제주 서귀포)

농민들에게 어느 해인들 넉넉한 마음으로 마무리한 기억이 있을까마는 2020년 한해는 평생에 기억될 듯하다. 새해 벽두에 발생한 코로나19. 인간의 과학적 자만심을 경고하듯 새해에도 잡힐 가능성이 불확실해 모두가 불안하다.

나는 서귀포시 안덕에서 콩, 보리, 조, 메밀등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이다. 자연재해는 올해라고 비껴가주질 않았다. 4~5월, 평년보다 낮은 온도로 1,000여평 감귤은 달콤한 감귤꽃 향기만 남기고 9할은 낙과해 비상품만 거둬들였다.

9월 한 달간 3개의 태풍이 제주를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콩밭, 조밭을 비껴가지 않고 피해를 입혔다. 그나마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약간의 벌충은 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은 답이 없다. 재해대책법을 재해보상법으로 전면적 개정해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2021년을 희망차게 맞이하고 싶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농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남녀노소 하나되어 지혜롭게 헤쳐 나가자”

유주영(충북 진천)
유주영(충북 진천)

2020년은 우리 모두가 코로나19의 그늘을 비켜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관지미 마을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산업단지로 인해 동네가 한꺼번에 들려날 위기에 처해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방향을 잡고 줏대 있게 투쟁해가는 과정에서 당당함을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2021년도에도 우리 모두는 힘겨운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되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올해도 우리를 둘러싼 여러 가지 지표가 절망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주변의 대부분 ‘민’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21년 올해는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하나 된 힘으로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덧붙여! 농사꾼들이 농토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귀농ㆍ귀촌한 사람들 무사히 살아가길”

윤영희(경북 포항)
윤영희(경북 포항)

요즘은 면사무소나 농협, 작은 도서관에 가면 낯익은 사람들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귀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가서 농사의 기본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 나도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필요한 공부를 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는 있지만, 그들 중엔 과수원에서 안전사고로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봄에 느닷없이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내려앉아 마음에 병이 생긴 분도 계시다.

그리고 그 중엔 몸이 좋지 않아 농사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분도 계시다. 연말이 되면 그때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모인 사람들 몇몇이 모여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우리는 살아남은 거가” 하며 서글프게 웃는다.

아무쪼록 새해는 귀농·귀촌한 사람들도 모두 무사히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푸드플랜으로 농촌 문제 해결하자”

이석희(경기 연천)
이석희(경기 연천)

최근 정부가 국정과제로 푸드플랜을 내세우고 있다. 공공급식 영역을 확장하고 계획생산, 계약재배를 통해 농업소득을 안정화시킨다는 목표가 푸드플랜에 담겨져 있다.

내가 사는 동네도 소멸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해답을 푸드플랜에서 찾아봤으면 한다.

지역 내 먹거리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먹거리 접근성을 강화함으로써 복지를 향상시키고 인구 유출을 방지해, 지역 내 자원들을 묶어내고 활용함으로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리라 기대한다.

30~40대 청년들을 농촌에 정착시키려면 뭘 해줘야 하나? 영농정착 자금도 좋지만, 푸드플랜이라는 큰 운동장 설계도를 그리고 주춧돌을 놓는 일에 우리 농민들이 생산자로서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의 운명도 지역주민을 잘 먹게 하는 것에 달려 있지 않나. 푸드플랜을 통해 농민이 주체적으로 농촌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앞장서면 좋겠다.

신축년 새해에 땅을 지키는 농민 여러분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지역의 회복·연대 이뤄지는 2021년을”

정영이(전남 구례)
정영이(전남 구례)

2020년 8월 8일. 섬진강물은 점령군처럼 밀고 들어와 강변에 깃들어 사는 구례 읍내와 마을, 5일장, 집, 세간살이 등 삶의 터전을 깡그리 초토화시키고 상상을 초월한 참담한 흔적을 남긴 채 그 강을 따라 빠져나갔다.

억울함과 분노는 잠시 눌러놓고 누구랄 것 없이 복구현장으로 모여들었다.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와 주었고 다양한 후원과 지원이 눈물겹게 이어졌다. 시민들은 위대했고 피해주민들은 의연했다.

피해가 덜한 군민들을 중심으로 군민대책본부를 꾸려 복구와 지원, 원인규명, 항구적인 대책, 치유와 회복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기후위기에 대해 더 깊은 성찰과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2021년, 피해주민들이 원하는 배상이 조속하고 원만하게 이뤄지고, 난리통에 어렵게 회복한 공동체의 힘으로 농촌인 구례 지역사회 변화를 끌어내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환경·소농·여성의 문제에 처지에 맞게 연대하는 길에, 무엇보다 우리 사회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는 첩경이기도 할 통일로 향해 가는 길에 주저함 없이 함께하는 2021 신축년을 소망한다.

 

“농민들의 힘, 효율적으로 쓸 방법 찾자”

최요왕(경기 양평)
최요왕(경기 양평)

보통 연말연시 덕담은 지나간 해에는 이러저러해서 힘들었으나 새해에는 이런저런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우리 농민들끼리 희망적인 내용으로 덕담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농업판의 핵심인 정책은 점점 정체가 뭔지 모르겠고, 농민들은 인적 자원은 줄어들고 기반이 무너지는 속도는 빨라진다. 농업을 명분으로 먹고 사는 관료, 기관, 학자들은 농업이 망하면 뭐해서 먹고 살까 궁금하다.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는 빨라지는데 그 속도에 맞춰나가는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농민들 내부적으로다가 말이다.

얼마 남지 않은 힘이라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말이다. 쇠 한 조각도 예리한 칼이나 송곳으로 다듬으면 나무도 자르고 구멍도 낼 수 있잖은가 말이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자들이 농민들의 말은 듣는 시늉만 하고 귓등으로 흘려 보내버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싶다. 그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게 분명 있을 거라는 게 그나마 새해 희망이다.

키워드
##농민 ##신년사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