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이겨내기 - ① 다미주신경

  • 입력 2020.12.13 18:00
  • 기자명 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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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최정원(정성부부한의원 원장)

모 유명 개그맨이 불안장애로 활동을 중단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 연예인이 마지막으로 출연했었던 영상도 직접 찾아봤습니다. 표정은 단단하게 굳어있었고, 몸도 팔짱을 낀 채 움직임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뇌 기능, 호르몬 상태, 심장 상태 등을 보진 못했지만 ‘미주신경’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사람을 통제하는 신경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체성신경부분, 무의식적으로 통제되는 자율신경부분으로 대별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고 하는 것은 체성신경이 담당하고, 우리가 쉴 때도 움직이는 심장, 소화기관, 땀샘 등은 자율신경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율신경은 흔히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분합니다. 교감신경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부교감신경은 사람을 안정시킨다고 표현하죠. 하지만 미국의 스티븐 포지스(Stephen Porges) 교수에 따르면 미주신경은 사람에게 두 가닥으로 또 나뉘어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를 다미주신경이론(Poly vagal Theory)이라고 합니다. 복측미주신경과 배측미주신경입니다.

사람은 여타 다른 동물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진화를 거듭하며 모여 살면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계가 하나 더 발전한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복측미주신경입니다. 사람과 대화하고, 웃고, 사랑을 표현하고, 표정으로 의사소통하고, 잘 이야기하고 잘 듣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만약 사람이 타인과 소통이 잘 이뤄지고, 내가 사회에서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면 복측미주신경이 활성화돼 편안해지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내 몸이 판단하면 그 다음 단계인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죠. 교감신경은 투쟁 혹은 도피반응으로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이 없다고 판단되면 적과 싸우거나, 혹은 도망가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혈압이 오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근육의 기능 향상이 최대한이 됩니다. 즉 긴장을 하게 되죠.

하지만 만약 그 적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되거나 도망갈 수도 없다고 판단되면, 우리 몸은 숨겨둔 배측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게 됩니다. 배측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 죽은척하기 반응(Apparent death, Shut down response)이 나오게 돼 포식자로부터의 위험에서 도망치게 됩니다.

배측미주신경은 진화의 초기부터 발전돼 온 신경계이기 때문에 파충류, 곤충, 양서류 같은 동물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복측미주신경이 잘 발달돼 있어 배측미주신경이 역할을 할 때는 별로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 내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질 경우, 내가 어떠한 경우라도 싸워 이겨내거나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할 경우 배측미주신경이 활성화됩니다. 보통 트라우마, 성폭력 등의 큰 경험이 유발요인이 될 수 있고요. 교감신경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활성화돼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표정이 굳고 웃음이 사라지고 하는 것이지요. 다음 시간에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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