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한 해의 결산, 그리고 계획

  • 입력 2020.12.06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벌써 12월이 돼버렸다. 언제 봐도 시간은 늘 나를 앞서 나간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또 한 해의 끝이 돼버린 달력을 보노라니 결산할 생각이 든다. 나의 한 해의 대차대조표는 어떻게 될까? 인생이 보람차려면 받는 것 보다 내주는 것이 더 많아야 하거늘, 나는 늘 받는 것이 더 많아 늘 송구할 따름이다. 농사도 결산을 해보면 남는 것도 없으면서 1년 한 해 바쁘게, 정신없이 흙하고 뒹군 그런 해가 또 와 버렸다.

인생 뭐 별다를 것도 없지만 그저 안락한 집에 따스한 온기를 같이할 사람들이 있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나의 입에 들어오는 제철 농산물을 고맙게 여기고 먹고, 누군가의 땀과 노고로 이뤄진 많은 결실을 접하면서 그냥이 아니라 늘 고맙게 여길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감사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늘 빚지고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던가!

어쩔 땐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내가 나에게 안부를 묻기도 한다. 잘 사니? 음, 대답은 그저 늘 그렇지이다. 어떻게 보면 잘 사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처음 먹었던 마음 그대로 ‘너는 잘 살고 있니’를 나에게 물어본 거라, 사실 할 말이 없다. 처음 먹은 마음은 세월에 흘러가고 씻겨 가며 많이 흐릿해졌고 잊어먹고 때로는 뻔뻔해지기도 하면서 살아왔다. 남들도 그래, 그러며 변명을 위안삼아 사는 나이가 돼버렸다.

나는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 또한이었다. 그게 슬프다. 이제 안주하고 싶고 기운도 딸리고 조용히 살고 싶으니 큰일이다. 젊었을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을까나? 나이가 젊을 때의 패기와 열정, 정의감 등 마음은 어설프더라도 누구보다 뜨거웠던 나인데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긴 없나보다. 이렇게 나의 한 해가 다시 마감을 치고 새해 계획을 세울 시간이 됐다. 내년엔 또 어떤 계획으로 살아갈까?

사람이 발전한다는 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요 근래 들기 시작한다. 발전이란 게 뭔가? 더 좋고 좋은 상태로 나아가는 게 발전이라면 내가 더 좋고 좋은 상태라고 느끼면 되는 거 아닌가? 발전 보다 만족감, 행복감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 물질적 발전에 우리의 정신이 공허하다면 그건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이 더 좋고 좋은 상태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발전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년은 늘 뒤를 돌아보기로 했다. 늘 돌아온 자리를 좌표삼아 교만해진 마음을 잡고 싶다. 거기에 같이 내미는 손들이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그런데 요즘은 그 내미는 손들이 점점 안 보이는 게 슬프다. 그래도 한창 전엔 같이 서울 집회도 같이 가시고 했던 분들이 이젠 나이가 들어 병마도 얻고 해서 돌아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산다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점점 그 손들이 적어지고 보이지 않는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건강하게 살아서 올해도 만나고 내년도 만나고 10년 후도 만나고 20년 후도 만날 수 있게 살아봅시다. 내년 목표는 내 마음의 발전을 위한 겸손한 마음을 길러봐야지, 한다. 이 결심이 제대로 결실을 맺길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