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코로나 사망률, 나이가 원인일까?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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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농촌지역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한방진료를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동네의 청년회장이란 분이 나와서 인사말씀을 하셨는데, 겉보기와는 달리 그 분의 나이가 일흔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인 70년대엔 당시 일흔이 넘으시면 노인 중에서도 상노인 축에 드실 연세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연세에 청년회장이라니… 물론 그 연세에 청년회장이란 직을 맡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젊은이가 모두 떠나버린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다시 코로나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은 겨울철이 다가오며 유독 치사율이 높다고 알려진 노인 분들은 더욱 불안하기만 합니다. 방송에서도 그간의 통계를 인용하며 코로나의 치사율이 70대는 거의 10%에 가깝고, 80대는 30%에 육박한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자들의 임상통계자료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감염 후 중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던 경우가 많았고, 거기에 평소에도 체온이 37.8℃ 이상이었을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당뇨나 심혈관질환자가 체온까지 높다는 것은 당뇨나 심혈관질환이 만성염증을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몸은 이미 가지고 있던 지병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을 것입니다.

찰랑찰랑 물이 넘칠 듯 말 듯한 그릇에는 한 방울의 물만 더해져도 그릇이 넘쳐 흐르듯, 만성염증 상태에서 추가 감염이 됐으니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증이나 사망의 원인이 나이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똑같이 감염된 나이가 많은 사람도 설령 약간의 당뇨가 있다 해도 관리가 잘 돼 만성염증 상태가 아닌 사람의 경우는 쉽게 극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나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50대 이하의 사람들이라 해도 평소 당뇨관리가 제대로 안됐거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만성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중증으로 빠졌다는 것에서, 다시 한 번 결코 나이가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외부의 사기(邪氣)와 내부 정기(正氣)의 싸움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정기가 강하면 웬만한 외부 사기에도 우리 몸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지만, 내부의 정기가 취약하면 별 볼 일 없는 작은 외부의 사기에도 쉽게 병에 걸리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기란 현대의학적 표현으로는 면역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이 자체가 면역력 약화의 원인은 아니지만, 나이 들었다는 핑계로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모든 신체의 기능저하를 나이 탓으로만 돌리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은 정말로 나이가 면역력 약화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최근 독일에서는 양배추 발효음식이 그 어떤 약들보다도 코로나 예방에 좋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배추나 양배추, 그리고 무나 갓 등은 모두 십자화과에 속하는 채소로서 우리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WHO에서도 인정하는 항염·항암식품인 마늘, 생강, 양파 등을 곁들여 먹는 각종 김치류는 그 자체가 천연항생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주위엔 좋은 천연항생제가 널려 있는데도, 이상하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일수록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현실입니다. 약은 가능하면 좀 줄이시길 권고합니다.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나이 때문에 결코 위축당하지 마시고 평소의 마음가짐을 당당하게 하시며 활발히 움직여 나가시길 바랍니다. 적절히 움직이고 음식을 가려서 먹으며.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등 내 몸의 정기를 지켜가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코로나 등에 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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