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올해 북한 농업 성적표는?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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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지금 북녘의 농촌은 가을걷이를 막 끝낸 상태다. 겉보기에는 여느 해와 다름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아직은 일 년 농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 올해는 80일 전투와 맞물려 있다. 수해를 당했던 지역에서는 살림집을 새로 짓고, 영농기반을 복구하느라 구슬땀을 쏟고 있다. 올해는 농업부문이 자력갱생의 최전방을 맡았던 터라 해당 분야별 실적을 평가하는 작업도 한창일 터다.

올해 초 북한은 농업부문에 집중키로 하고, 이에 물자를 우선적으로 배분키로 했으며, 물길 제방 등 영농기반을 강화했다. 비료, 농약, 농기계, 식품가공 등 전후방산업도 크게 확충했다. 농업부문의 예산도 전년보다 10% 증액했다. 농업기술과 농장관리 분야의 성공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따라앞서기’·‘따라배우기’ 시범사업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농업부문이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그렇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올해 북한은 3중고에 직면하면서 난항을 겪게 된다.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19 사태와 대북제재, 그리고 자연재해 등이 그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의 방식으로 극복했으나 수출규제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으로 강화된 대북제재, 전국적인 홍수피해는 결국 북한당국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로 인해 북한의 농업도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영농물자를 수급하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 1/4분기 중국과의 교역량이 예년의 10% 수준으로 떨어진 적 있고, 2/4분기와 3/4분기에도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북한은 또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해 왔다. 사실상 영농물자를 달리 조달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다.

올해 기상조건도 농사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일조량이 크게 부족했다. 홍수가 북한의 곡창지대를 여러 차례 덮쳤다. 북한 당국이 수해경감 및 복구에 기민하게 대처했지만 피해는 불가피했다. 피해 지역도 광범위했다. 피해복구에 북한의 군대와 평양의 시민들이 대거 투입될 정도였다. 복구 작업을 지금도 계속해야 할 정도다. 국제기구들은 이와 관련 작황 부진과 수확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도 올해 10a당 쌀의 생산량이 483kg에 그쳐 지난해 보다 5.9% 감소했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벼 낟알이 영글지 못해 최악의 흉작을 기록한 것이다. 북한과 인접한 철원에서는 벼의 도정률이 예년보다 10% 이상 떨어질 정도로 작황이 나쁘다. 이밖에도 올해는 과수, 채소, 밭작물 등 전반적으로 농사실적이 좋지 못한 상태다.

올해 북한농업의 성적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수확을 겨냥했던 증산정책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북한의 농업정책을 전부 실패로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정책의 성과는 미흡했더라도 통치에 성공한 현장이라 하겠다.

북한의 공식평가는 ‘8차 당대회’ 총화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적어도 분야별, 품목별, 지역별 성공사례를 대거 적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 거둔 실적이라 향후 ‘따라배우기’ 목표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수확 일변도의 평가 비중을 낮추고, 대신 농업기술 개선, 품종개량, 영농기반 확충, 농업기계화, 고리형 순환체계 등을 감안한 ‘다면 평가체계’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다수확’ 일변도로 다그쳐 온 방식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80일 전투’는 한 달여 기한을 남겨 두고 있다. 전투를 지켜보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북의 젊은 지도자가 택한 방식이 ‘올드하다’는 느낌도 있다. 결국 ‘전투’ 방식의 승패는 ‘동의’와 ‘참여’에 달려 있다. 다행히 이번 80일 전투에는 ‘독려’보다는 ‘포상’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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