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웅 청장 “청년농민 연소득 9,000만원” … 현장선 ‘기가 찬다’

‘취임 100일 기념’ 경제지 인터뷰 논란 … 농경연 보고서와도 상반
청년농민 대다수 “무지하고 무책임한 청장 발언에 큰 허탈감 느껴”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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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농촌진흥청 제공

 

지난 23일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한 경제지 인터뷰가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출신인 허 청장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르친 30대 농부들의 평균 소득이 연 9,000만원쯤 되며, 매출 150억원 대의 농부도 있다’고 밝혀서다.

이를 둘러싸고 현장의 청년농민들은 그야말로 “기가 찬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까지 잇따르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출신 농민 A씨는 “(청장 발언은)말이 안 된다. 인터뷰 댓글이 지금 농촌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주변에서도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무슨 통계를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 후 부모님과 양계장을 운영 중인 B씨 역시 “인터뷰 기사를 보자마자 허탈한 심정이 들었다. 행정에서 현장을 이 정도로 모르나 싶었다”며 “청장 말대로 지금 청년농민들의 연소득이 9,000만원에 달하면 그 누구도 마다않고 농촌으로 달려 올 거다. 아무도 농사지으려는 사람이 없어 농촌은 텅텅 비어가는데 어떻게 저런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관련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청장이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으로 있을 당시의 학교 자체 자료를 참고해 인터뷰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청년 창업농업인 육성체계 분석’ 보고서와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또한 청년농민 소득이 9,0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제시했다.

2017년 당시 농식품부 자료는 2015년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가구의 평균소득이 9,0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중소가축학과 출신의 소득이 1억9,904만원으로 가장 높고 특용작물학과의 소득은 5,039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졸업생들의 영농형태는 부모 협농이 57%, 창업농과 승계농은 각각 23%와 19%로 나타났다. 부채나 순수익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농경연 보고서에서 ‘한국농수산대학의 교육 성과로 가장 많이 홍보되고 있는 졸업생 농가의 높은 소득 수준은 실제 순수 창업농의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들의 성과 상당 부분은 경영기반 승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규 창업농의 경영기반 마련을 위한 추가 대책과 영농 초기 농가경제 안정화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는 내용을 밝힌 점과 다소 상반된다.

한편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들은 농진청 측이 제시한 관련 자료가 학교 졸업 후 의무영농기간 동안 제출하는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졸업생에 따르면 매년 제출하는 보고서엔 부채 여부나 규모, 생산·경영비 등을 적어넣는 항목조차 없고 ‘매출액’ 또는 ‘소득’만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에 졸업생들은 “부채가 얼마인지는 따지지도 않고, 부모 협농의 경우 전체 소득을 청년농민만의 것처럼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기관이 확실한 근거 없이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내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유난히도 다난했던 농업계 여건은 전혀 고려 않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3년 전 자료로 취임 100일 일성을 밝힌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에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만큼, 당분간의 행보에 청년농민과 농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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