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도매시장인가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김윤두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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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두 건국대 교수
김윤두 건국대 교수

최근 우리나라의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인해 안타까운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이와 같은 사례가 지속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농산물 공영도매시장(도매시장)의 미비한 개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10년간 채소 농가소득을 살펴보면 농가소득이 직전연도 대비 감소한 시점은 2011년(-7.8%), 2014년(-11.7%), 2019년(-6.3%)으로 나타났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채소 품목인 배추, 양배추, 무, 대파, 양파 등의 가격도 일제히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농산물 가격의 하락이 농가소득 감소에 일정수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농산물 구매에 대한 부담으로도 직결된다. 즉,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계획적인 소비가 어려워짐에 따라 가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급격한 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다양한 원인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경매·입찰을 중심으로 하는 도매시장 거래체계의 문제점에서 기인됐다고 판단된다.

지난 9월 3일 가락도매시장 양배추(8kg, 상품) 가격을 살펴보면 7,020원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동일한 등급과 규격의 양배추 가격은 1만6,251원으로 전일대비 131.5% 상승했다. 또 다음날인 9월 5일에는 동일한 상품의 양배추가 8,723원으로 46% 급락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즉, 경매·입찰을 중심으로 한 거래는 단기수급만을 반영함으로써 급격한 가격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경매제, 급격한 농산물 가격변동의 한 원인

경매·입찰을 중심으로 한 거래가 필연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경매·입찰 중심의 거래를 유지하고자 주장했던 주체들의 근거인 공정성과 투명성은 확보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가락도매시장 과일 및 채소 상위 25개 품목에 대한 경매·입찰 결과분석에 따르면, 중도매인 1인 응찰 비중은 총 647만5,290건의 경매·입찰 중 3.8%이며, 단일 경매·입찰이 1초 이내에 이뤄진 비중은 16.5%, 1~3초 이내에 이뤄지는 비중은 42.7%로 나타났다. 즉, 경매 건당 3초 이내에 거래가 이뤄지는 비중은 59.2%(383만4,641건)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매·입찰 시간 이전 중도매인들이 일정부분 출하물량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나 실제 경매·입찰 시간을 봤을 때 출하 농산물의 품질과 가치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공정하게 가격이 평가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와 동시에 2019년 전 품목의 경매·입찰 거래 건 중 판매원표 정정 건수는 21만8,903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원표 정정 건 중 34.0%는 중도매인 착오와 판매원표 기록 오기, 경매진행 착오 등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판매원표 정정 원인을 살펴보면 짧은 경매·입찰 시간으로 인해 상품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함으로써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2020년 동일 날짜에 동일한 품목을 두 개 도매시장법인에 동시에 출하한 4가지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매·입찰 가격이 최소 2.5배에서 최대 12배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일 출하자가 동일 날짜에 복수의 도매시장법인에 출하한 농산물의 품질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법인별 경락가격의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매우 크다는 점은 출하 농산물에 대한 상품성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외에도 가락도매시장 주요 출하 품목 20개를 대상으로 2019년 출하자 중 출하물량 상위 10%인 대규모 출하자의 kg당 평균 단가와 출하물량이 적은 하위 30%의 소규모 출하자의 kg당 단가를 비교했다. 비교 결과 20개 품목 모두 출하물량 상위 10% 출하자의 kg당 단가가 하위 30% 출하자의 kg당 단가보다 품목별로 최소 5.2%에서 최대 86.7%까지 높게 나타났다.

즉, 경매·입찰 거래방법이 소규모의 영세한 출하자를 보호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정반대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출하자는 보다 높은 출하수취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소규모 출하자는 가격 적정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급격한 농산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방법을 다양화시키는 등 현재의 도매시장 유통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를 연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한 도매법인 경매장에서 대파 경매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한승호 기자
급격한 농산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방법을 다양화시키는 등 현재의 도매시장 유통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 가격 정상화를 위한 농민대회’를 연 전남 대파주산지 농민들이 한 도매법인 경매장에서 대파 경매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한승호 기자

이러한 경매·입찰 중심의 거래에 따른 가격 변동성 문제는 이미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언급한 바가 있다. 2013년 ‘농산물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에서는 농산물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비탄력 공급·수요, 자연재해 등 공급충격에 취약한 농산물의 특성에도 기인하나, 경매·입찰의 내재적 한계, 주요 품목 수급관리 미흡 등에도 기인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주로 단기수급만 반영하는 도매시장의 경매·입찰 가격이 시장의 대표가격으로 작용함으로써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도 적시했다. 정부에서는 경매·입찰로 인한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매시장 가격결정 방식을 경매·입찰 중심에서 정가·수의매매 등으로 다양화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2013년부터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일반화한 정가·수의매매의 실질적 효과가 있었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의 연구에서 가락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농산물 10개 품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폼목이 경매·입찰을 통해 결정된 가격에 비해 정가·수의매매 가격 변동성이 오히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가·수의매매 가격은 경매·입찰 가격을 참조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정가·수의매매를 일반화했음에도 경매·입찰 가격과 연동돼 본래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경매·입찰 및 정가·수의매매를 거래할 수 있는 주체가 도매시장법인으로 유일하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에서 가락도매시장의 시장구조와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가락도매시장 내 도매시장법인들은 독점적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경영 효율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일반적인 기업은 독점적 시장에 포함될 경우 효율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가락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은 독점적 시장구조이면서도 경영 효율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원인은 무엇보다도 경매·입찰 중심의 거래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 경매·입찰 거래방식은 짧은 시간에 소수의 경매사가 대량의 물량을 다수의 중도매인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매우 비용절약적인 효율성을 갖는 구조이다.

반면, 경매·입찰에 따른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 일반화된 정가·수의매매는 출하자와 중도매인을 연결함에 있어 이를 중개할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며, 이에 따라 도매시장법인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 소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즉, 경매·입찰은 도매시장법인의 리스크가 적은 반면 정가·수의매매는 리스크로 작용된다. 따라서, 도매시장법인의 두 거래방식 중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정가·수의매매를 지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새로운 유통주체 도입 막는 이유

이와 같이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방법은 다양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한 새로운 유통주체 도입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기존 기득권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개혁이 정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이러한 반대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락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은 압도적으로 많은 농산물을 취급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기반과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도매시장법인은 경영의 안정성 제고뿐만 아니라 대주주인 모기업에도 안정적인 배당금 지급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가락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이익률은 14.66%로 동일업종인 도매 및 상품중개업 평균 영업이익률에 비해 2.8배 높게 나타났으며,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률도 12.06%로 동일업종의 2.2배 수준으로 상당히 높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도매시장법인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근간은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도매시장법인의 운영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의 범위 하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안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도매시장법인 운영에 관련된 법률 조항들이 오히려 도매시장법인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례로는 앞선 ‘농사직썰’에서 언급했던 ‘수탁독점’과 ‘지정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을 수탁하여 도매할 수 있는 유통주체가 ‘도매시장법인’으로 제한된 ‘수탁독점’은 ‘도매 및 상품중개업’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물량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와 동시에 도매시장의 주요 유통주체인 ‘중도매인’은 농산물을 구매함에 있어 특별한 이유 없이 도매시장법인 이외의 주체로부터 구매가 불가하다는 점은 도매시장법인의 안정적 판매처 확보를 담보해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유통환경 속에서 도매시장법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지정제’를 통해 이들은 안정적 경영의 영속성을 누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언택트, 바이오 산업부문 이외의 대부분의 산업이 어려움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가락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115.6%로 약 15.6% 증가했다. 즉, 도매시장법인은 외부적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미미하게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에 따른 다양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거래방법 다양화 노력의 실효성은 미미하며, 앞으로도 자기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개선을 위한 새로운 유통주체의 도입 등을 통한 경쟁체계 확보에 대해서도 기득권들의 반대로 인해 실질적 개선을 추진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는 모든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 나가고 있다. 단,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수산물 유통부문 특히, 도매시장만이 경쟁을 회피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고수하는 구태 속에 빠져있다.

도매시장 유통체계 개혁은 경매·입찰을 완전히 배제하고 기존 도매시장법인을 도매시장에서 퇴출시키자는 의미가 아니다. 보다 도매시장의 개설 목적과 부합할 수 있도록 생산자와 구매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유통주체간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의미이다.

현재 가락도매시장 시설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체계를 구축한다면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을 개혁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이며, 이를 통해 도매시장 개설목적인 생산자와 소비자 권익보호에 보다 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농정에 대한 속시원한 돌직구, ‘농사직썰’을 매월 1회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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