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이게 나라냐!

  • 입력 2020.11.29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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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어디 계시나요? 수해참사 이후 대통령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높으신 양반들이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 지역의 절반이 물에 잠기다 보니 어느 부처라도 해당 사항이 없는 곳이 아마 없었겠지요. 하지만 유독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이십니다.

긴긴 장마에 한여름의 수해참사 연이은 태풍까지 2020년 농촌현장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저 같은 조무래기 농민이 어찌 그 깊은 속을 알겠는가 싶지만 농식품부가 적극행정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것도 모르고 우리 동네에 안 온 것만 가지고 아쉬워하는 속 좁은 농민이 돼버린 듯하네요.

수해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여름에 맞이한 날벼락을 미처 수습도 하지 못한 채 모진 한파가 몰려오는 겨울 초입이 돼버렸습니다. 코로나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을 막아버렸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그날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비닐하우스를, 텅 빈 축사를, 콤바인도 포기해버린 나락논을, 감나무에 걸려있는 쓰레기 더미들을 보고 있습니다.

당해보지 않았으면 죽어도 아마 몰랐을 겁니다. 재해보험을 들어놓았으니 안심했던 농민이 있습니다. 그의 비닐하우스는 납작 엎드렸고 그 옆의 기름통이 함께 엎어지면서 옥토는 전부 기름을 먹어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다시 지어야만 보험금이 지급된다더군요.

흙을 파내고 다시 모를 심어 땅에 힘을 줘야 하는 시기가 필요한 농지가 돼버린 곳에 다시 지어야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 보험금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상금은 단 1원도 지급하지 않더라고요.

비닐하우스의 작업장 한편에 살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이가 돼버렸습니다. 공식적인 집이 아니니 임대주택도 대상이 아닙니다. 읍내 단칸방에 월세로 산답니다. 소 한 마리에 80만원, 송아지든 황소든 암소든 상관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소를 잃어버려도 최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000만원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남의 일이니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잊혀질까 두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들리시나요? 한 번 와 주십시요. 제발 부탁입니다. 그날 이후 수없이 많은 농민들이 어떠한 처지에 놓여있는지 봐야 할 것 아닙니까? 단 한 사람도 억울한 이가 없는 나라의 농업계 수장 아니십니까?

머리라도 깎아야 하나 청와대 앞에서 밥이라도 굶어야 하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두들 해결되기까지는 아마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라 말합니다. 이제 겨우 수해원인에 대한 조사위를 합의하고 원인에 대한 조사용역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뻔한 댐 관리 부실에 의한 인재임이 확실한데 누가 무엇을 어떤 식으로 조사하면 달라지는 게 있나요? 공공시설에 대한 지원은 피해신고액의 5배를 지원했습니다. 민간 피해에 대해서는 단 1%도 없습니다. 사람이 먼저냐 공공시설이 먼저냐 묻고 싶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라도 이글을 보신다면 전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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