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력한 순방 후보지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8년 10월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문 요청을 전달받고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교황을 접견한 인사가 “북녘을 방문해 그곳 주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말에 교황은 “나도 가고 싶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정리되고 각 나라마다 자유롭게 오고가는 시기가 오면 아마도 교황께서는 첫 방문지로 북녘을 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양 릉라도 경기장에서 10만여 명의 인민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첫 번째 방문에서 미사를 봉헌할 곳은 장충성당이 될 것이다.
평양시 선교구역 장충동에 19세기 후반에 세워진 옛 성당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파괴됐지만 1988년 새롭게 건립된 가톨릭 성당이 문을 열었다.
매주 일요일 북녘의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 미사를 드린다. 신부님과 수녀님은 계시지 않지만, 대표신자분이 미사를 진행한다. 일반 신자뿐 아니라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관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도 희망을 하면 미사를 드릴 수 있다.
2019년 3월 17일 평양 장충성당에서 북녘의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릴 기회가 있었다. 바로 지난 일요일에도 변함없이 미사를 드렸을 것이다.
신자들이 모인 다음, 대표신자는 봉사자들과 함께 제대로 나아간다. 신자들은 그동안 입당 노래를 한다. 제대 앞에 이르러 대표신자는 봉사자들과 함께 제대에 서서 고개를 숙여 경건하게 절한 다음, 십자가와 제대에 분향한다. 그다음 봉사자들과 함께 자리로 간다. 입당 노래가 끝나면 대표신자와 신자들은 서서 십자 성호를 긋는다. 대표신자는 성호를 그으며 신자들을 바라보고 말한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죄를 용서하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소서 / 하느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 평화로이 가서 주님을 찬양하며 삽시다 /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 /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
이러한 음성이 나의 귓가에 또렷이 들렸다. 장충성당에 울려 퍼지는 그 말들을 잊을 수가 없다. 남과 북의 신자가 함께 모여 미사를 드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