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대한민국 농정은 어떠한가?

  • 입력 2020.11.15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정부는 농산물 생산량 감소와 농가소득 감소에 따른 농민의 생계지원 대책 마련과 말뿐인 농정대전환이 아니라 실제 그럴 의지라도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고 국제기구조차 먹거리의 원활한 공급을 중요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지금 과연 대한민국의 농정은 어떠한가?

코로나19로 편성된 추경에는 철저하게 농업을 배제시켰고 2차례에 걸친 재난지원금 지급에도 농민은 배제됐다. 그리고 각 지자체별로 진행된 추가 지원에서도 농민은 배제됐다.

뿐만 아니다. 사회구조 변화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160조원을 투여하겠다는 국가적 계획인 한국판 뉴딜정책에서도 농업은 배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2021년 농업예산은 사상 최초로 전체 예산 대비 3%가 무너진 2.8%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런 속에서 이상기후로 냉해부터 시작된 농작물 피해는 가장 긴 장마를 거쳤고, ‘7월 배추값 평년대비 240% 폭등’이라는 언론의 호들갑 속에서 쌀 생산량 사상 최악이라는 결과까지 나타났다. 농업 재해는 2020년 내내 계속됐으며 결과는 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제 농민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고 있다.

묻고 싶다. 배추값이 240% 폭등했다고 언론이 호들갑 떨 때, 과연 정부는 왜 그런지 농민들 입장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고자 한 적이 있는가? 추경을 통한 지원에서 농업분야가 빠졌을 때, 2차 재난지원금에서 농민이 빠졌을 때 농정당국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한국사회에서 농업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지워지고 있는데 농정당국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현재와 같은 시기 농업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정부 내 타 관료들을 설득해야 할 농정수장이 그저 관료와 같은 행태로 관리만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명히 밝혀야겠다.

물론 일개부처 장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서 농업을 지워가는 정권의 문제기도 하지만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관료출신 정무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모습이 현재 농정 수준이다.

올해 농민들의 삶은 핍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폭등해도 생계를 유지할 소득을 얻지 못했다. 들어간 생산비는 전부 빚으로 돌려치기 하고 있으니 당장에는 살아가는 듯하나 농민 누구도 어렵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앞에서도 지적했듯 그럼에도 정부는 농민들에게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배추값 240% 폭등으로 마치 농민들이 떼돈을 번 것 마냥 언론이 떠들 때 정부보유량 방출로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는 정책을 급하게 내놓았다. 11월 김장철을 앞둔 현재 배추 값은 평년가격 이하로 떨어져 또 밭에서 갈아엎어야 할 지경이다.

대체 이런 농정이 어디 있나? 과거 어느 정권의 농정과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정권에 농민들이 가지고 있던 기대가 우려로 바뀌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바꾸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상 최악의 흉년으로 농민들은 임차료 주고 생산비 갚고 나면 수중에 수익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데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보유미를 방출하려고 한다. 과연 현재 쌀값이 국민들이 부담하기 너무 어려운 수준인가? 그렇지 않다면 농민들의 소득 유지가 농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

농정당국은 현 시기 정부보유미를 방출하지 말아야 한다. 올해 제정된 양곡법 시행령을 따르더라도 현재 정부미를 농민들과 협의 없이 방출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없다. 여기에 올해 농작물 생산량 감소는 재난 수준이다. 생산량 감소로 소득이 줄어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당국 눈치보고 정부미를 방출한다면 참을 수 있는 농민은 없을 것이다. 도리어 정부는 재해지원금을 농민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소득이 감소해 생계가 곤란해질 정도가 되면 어떤 정책보다 지원금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일 것이다. 농정대전환을 통해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농정목표가 실현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