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육성 정책 따라가기 바쁜 농지은행

‘영농정착 지원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농지 장기 임대차
1·2ha 이내로 지원 상한 설정, 현장 수요 비해 턱없이 부족

  • 입력 2020.11.15 18:00
  • 수정 2020.11.15 18:0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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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들이 적절한 농지를 임차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전남 해남군 해남읍 내사리와 부호리 일대 들녘의 모습. 한승호 기자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청년들이 적절한 농지를 임차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전남 해남군 해남읍 내사리와 부호리 일대 들녘의 모습. 한승호 기자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 청년 인구를 유입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농식품부가 청년창업농(청창농)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은 정작 정부 정책에 발을 못 맞추고 있다. 손발이 맞지 않는 정책 부조화로 현장의 청년 농민들은 농지은행을 통해 적절한 농지를 임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청창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부터 청년 인구의 농촌 유입·정착을 도모하기 위해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창업 자금 지원과 기술·경영 교육·컨설팅, 농지은행 매입비축 농지 임대 및 농지 매매를 연계·지원해 젊은 층의 농업 분야 진입을 촉진하고,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추세 완화 및 농업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연령과 영농경력, 거주지 등의 조건에 적합한 청년창업농을 선발해 영농정착지원금과 농지 및 창업·경영개선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역시 이러한 청창농 육성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농지매입 비축량을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맞춤형농지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예산이나 지원 규모는 여전히 현장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임차 기간이 5년에서 최장 10년까지 보장돼 청년 농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비축농지임대(농지은행이 매입한 고령·은퇴농 등의 농지를 젊은 농민 등에게 장기간 임대하는 사업) 또는 임차농지임대(고령·은퇴농 등의 농지를 농지은행이 임차해 젊은 농민 등에게 장기간 임대하는 사업)의 경우 지침 상 지원한도가 각각 1ha와 2ha로 제한돼 있는 데다 2년 이하의 영농 경력이 지원기준에 적합하더라도 이미 경작하고 있는 농지 규모가 2ha 이상일 경우에는 기존에 농지은행에서 농지를 임대받지 않았더라도 지원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와 관련 충남의 한 청년 농민 A씨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모든 청년 농민이 필요로 하는 농지를 전부 지원해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애초부터 지원에 제한을 둠으로써 차순위 지원자가 없을 때도 농지를 임차 받을 수 없는 근본적인 제도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한다”며 “농식품부의 청창농 지원사업에 선발돼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 받는다면 최대 6년 동안은 농사로만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어도 수도작 기준 3~4만평 정도는 경작해야 하는데 농지를 구하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다”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지침에 따라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받는다면 청창농은 그 기간과 의무영농기간 3년을 더해 총 6년간 전업적 영농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상근고용이나 농업과 무관한 사업체를 경영할 수 없으며 의무영농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영농정착지원금 환수 조치를 따라야 한다. 이에 영농정착 지원사업 대상자인 청창농의 영농기반 마련은 그 어느 것보다 우선돼야 하나 대다수의 청년농민들은 농식품부로부터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받더라도 장기간 임차할 농지를 구하는데 애를 먹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때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공받은 농지은행 신청 및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농지매매·임차농지임대의 청창농 신청인원 대비 지원 비율은 일반농 보다 적었다. 이에 맹 의원은 농지를 희망하는 청년보다 일반 귀농인구 또는 전업농민이 농지은행을 통해 훨씬 더 원활하게 농지를 공급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맹 의원은 또 “농촌 청년층 인구가 지난 2010년 43만명에서 2019년 20만명 가량으로 반 이상 줄었을 만큼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을 위한 농촌 정주여건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면서 “소득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농사지으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매년 1,600명의 청년 농민에게 3년 동안 매월 80~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돈뿐만 아니라 농사로 소득을 얻으려면 농지 지원이 필요하다. 비축농지임대를 제외한 농지매매와 임차농지임대는 농지를 필요로 하는 청창농들의 숫자만큼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청창농들의 수요만큼 공급이 전부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문한 바 있다.

영농 지속을 위한 농지 마련을 둘러싸고 현장의 청년 농민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농지은행 사업 지침이 농식품부와 정부의 청창농 육성·지원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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