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매인 극단적 선택에 강서청과 운영 도마 위

영업실적 악화일로 와중
무리한 미수금 압박 정황

  • 입력 2020.11.15 18:00
  • 수정 2020.11.19 14:2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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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강서시장 중도매인 A씨(42)가 지난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금전적 어려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조명되면서 A씨의 주 거래법인인 강서청과(대표이사 박상헌)의 압박경영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A씨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강서시장에 들어와 일을 하다 2017년 중도매인 허가를 얻었다. 최근 경영 악화로 강서청과에 미수금이 밀리자 지난 3월부터 경매 참여가 제한된 상태였다. 사망 시점의 시장 내 미수금은 강서청과(상장거래)에 약 9,000만원, 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정산회사(상장예외거래)에 약 1,700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이 유난히 시끄러운 건 강서청과 측의 무리한 미수금 압박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경 A씨는 강서청과 측과 면담을 가졌고 당시 미수금 상환에 대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듯, 이웃 중도매인 등에게 면담 내용을 호소했다. A씨는 이후 지난 2일부터 시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서청과 측은 관련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강서청과의 압박경영은 올해 꾸준히 중도매인들의 불만을 사 왔다. 지난 3월 가락시장 한국청과가 인수합병한 직후 강서청과는 중도매인 미수금 관리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복수의 중도매인들이 내용증명을 받았으며 미수금이 거의 없는 중도매인들도 담보설정 증액을 요구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4~5월 사이 견디다 못한 십수명의 중도매인들이 강서청과를 이탈해 이웃 서부청과와 농협강서공판장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반면 강서청과의 농산물 수집능력은 급감했다. 인수합병 이후 3~9월 강서시장 거래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채소 77%·과일 55%)에 불과하다. 중도매인 이탈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도매법인 본연의 수집 역할을 뒤로한 채 중도매인 미수금 압박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강서청과에서 타 도매법인으로 이탈한 한 중도매인은 “가락시장 도매법인이 강서청과를 인수했다 해서 기대를 걸었는데, 장사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인수한 게 아니라 중도매인 미수금에만 관심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물론 빚은 갚아야 하는 게 맞고 독촉할 수도 있지만 압박이 너무 심한 면이 있었다”며 A씨의 죽음을 “억울한 죽음”이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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