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무릎 통증, 장(腸)의 문제 살펴야

  • 입력 2020.11.08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연세 드신 어르신들입니다. 20~30대 젊은 환자들도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운동 중에 다쳤다고 합니다. 살이 많이 쪄서 무릎에 무리가 갔다고 합니다. 특별히 다친 적도 없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데도 무릎이 아프기도 합니다.

대개 무릎 연골이 닳았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무릎 연골 연화증입니다. 무릎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잘 안됩니다. 무릎은 이제 평생 아픈 것 아닌가 하며 절망감을 가지고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무릎이나 다리가 아픈 병을 각기(脚氣)라는 이름으로 기록해 놨습니다. 증상은 다리와 무릎이 약해집니다. 심하게 아프면서 저리거나 근육이 뒤틀리기도 하고, 벌겋게 붓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무릎과 관련된 여러 질환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오늘날 무릎 연골 연화증이나 퇴행성 무릎 관절염 등 무릎에 염증이 생긴 증상과 비슷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무릎이 아픈 사람은 다리와 무릎만 아픈 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불편한 증상이 있더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릎이 아프면서 머리가 아픈 사람, 가슴이 그득한 사람, 숨이 차는 사람, 두근거리는 사람, 배가 아프고 설사하는 사람, 변비가 있는 사람,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사람, 음식냄새를 맡기 싫어하는 사람, 구역질이나 딸꾹질을 하면서 가래가 나오는 사람, 전신 모든 관절이 당기는 사람, 열 손가락이 다 아픈 사람 등등.

그러니까 무릎이 아픈 사람은 무릎만 아픈 게 아니고 온 몸에 다른 증상들이 꼭 같이 나타난다는 거죠. 재밌는 관찰입니다. 아주 흥미로운 관찰입니다. 무릎과 다리가 아픈 사람을 관찰했더니 온 전신이 다 아프다, 아픈 게 온 몸을 돌아다닌다는 겁니다. 무릎만 아픈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겁니다.

이러한 관찰 끝에 옛사람들은 무릎이나 다리가 아픈 원인을 ‘막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通)입니다. 내 몸 오장육부 어디에선가 기혈의 흐름이 막혔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리를 치료할 때는 땀으로 소통시키거나 대변으로 내보내는 약을 주로 쓰라고 했습니다. 보약은 함부로 쓰지 말라고 합니다. 막힌 곳이 더 막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매우 허약하고 말랐더라도 약간은 설사를 시키고, 적절히 땀을 내어야만 합니다.

환자들을 진찰해보면 동의보감의 관찰이 정말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릎이 아픈 분들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내가 종합병원이야”라고 말합니다.

특히 뱃속, 장에서 소통이 안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설사를 자주 하거나, 대변을 며칠에 한번 보기도 합니다. 대변색이 붉거나 쑥색으로 푸르고, 밤 껍질처럼 어둡습니다. 아랫배만 볼록 나오고, 아랫배를 만져보면 남의 살 같다고 하거나 다른 곳보다 더 아프다고도 합니다.

한의원에서 침 치료와 한약치료를 하면 대개 장의 기능이 개선되면서 대변이 시원해지고 황금색 변을 봅니다. 동시에 무릎의 통증도 개선됩니다. 분명히 연골이 닳았다는 진단을 받았던 환자입니다. 그동안 연골이 회복됐을까요? 아니겠죠. 연골은 몇 개월 만에 회복될 수는 없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막힌 곳을 잘 통하게 하는 것, 통증 치료의 시작입니다. 무릎 통증이 있다면 나의 대소변은 어떤지,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꼭 확인하셔서 근본적인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