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아프지 않고 신나게

  • 입력 2020.11.08 18:00
  • 기자명 한영미(강원 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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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강원 횡성)
한영미(강원 횡성)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맘이 바쁘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더 늦으면 안 된다며 언니네텃밭 공동체 언니들이 공동 경작하는 밭에 마늘이랑 시금치, 월동배추, 양파를 심었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함께 일을 했다. 춥기도 했지만 고된 일을 하고 나니 “아이고 허리야” 소리가 절로 난다.

돌아보니 다들 똑같이 끙끙거리신다. 평생 농업노동, 가사노동으로 몸이 닳고 닳은 언니들이 안 아프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지원으로 여성농업인 영농환경개선을 위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횡성은 20여개 마을에서 진행 중인데 여성농업인정책을 홍보하는 한편 농민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려는 편의장비를 소개하면서 사용방법도 함께 배우고 모니터링까지 하고 있다.

여성농민들이 요구해서 만든 정책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강원도와 횡성이 잘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알려드리고 있는데 교육도우미제도처럼 몰랐던 것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만족도가 높은 행복바우처는 아직 한 번도 못 받은 분도 있어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예산을 많이 올려달라는 이야기도 하신다.

농번기 공동급식의 경우 급식을 하지 않는 마을은 하면 좋겠다하시고, 하고 있는 마을은 밥상을 대접받은 쪽과 밥상을 차리는 쪽의 평가가 엇갈렸다. 농촌의 밥상이 평등하지 않다는 평가와 더불어, 이 사업이 확대되려면 머리를 맞대고 다시 기획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농민들의 노동을 줄이고, 공동체 복원까지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걸로 예상되는 농번기 공동급식이 농촌지역사회를 평등한 농촌사회로 바꾸어나가는 데 중요한 평가지점이 되지 않을까? 농번기 공동급식만 갖고 토론회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의견을 내셨다.

정책사업에 대한 홍보 이후엔 영농여건개선을 위한 교육도 함께 하는데, 그림으로 보는 편의장비를 소개할 때는 조용했지만, 실습용으로 들고 나간 몇 가지 편의장비를 만져보고는 “이건 좀 무겁네”, “저건 가벼운데도 튼튼하네” 하시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

횡성에서 교육용으로 준비한 편의장비는 작은 밭을 로터리칠 수 있는 로터리삽, 서서호미, 삼각곡괭이, 그리고 끌고 다니면서 약을 칠 수 있는 캐리어분무기다.

편의장비를 사용한 언니들은 일이 덜 힘들다며 대체로 만족해하셨다. 로터리삽은 좀 무거워서 본인들이 들고 다니면서 일하긴 어렵겠지만 힘 좋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좋겠다고 하시고, 서서호미나 톱호미, 삼각호미 등은 어린 풀을 메는 데 좋을 거 같고, 특히 삼각호미는 가벼우면서도 튼튼해 사고 싶다며 어디서 살 수 있는지까지 물어 보는 분들도 계셨다. 평생 동안 쪼그려 앉아 일하면서 생긴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농민들이 우리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농기구를 하나하나 찾아내서 농사를 짓다보면 좀 덜 아프지 않을까?

원래 계획은 20개 마을 모두 영농환경개선교육과 함께 강원도농업인안전보건센터와 연계해 맞춤형 허리건강예방서비스교육도 진행하는 거였는데, 코로나19로 일정들이 순연되면서 모두 진행은 하지 못하고 11월 중에 10여개 마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강원도농업인안전보건센터 안전보건서비스내용은 허리근력테스트를 하고 근력에 맞는 맞춤형 허리병 예방체조를 일대일로 지도해 주는 것이다. 젊다고 해서 근력이 높은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다 근력의 차이가 있는데, 거기에 맞춰 단계별로 체조를 할 수 있도록 교재도 제공하고, 온라인접속이 가능할 경우 동영상을 보고 체조를 따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하니 여성농민들이 엄청 좋아하신다. 올해 처음 진행하고 있는 영농여건개선교육은 코로나19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찾아가서 교육하며 건강도 챙기고 여성농민들의 고충을 듣고 함께 노력해 해결해보자는 마음을 모을 때는 저절로 신이 나기도 한다. 아프지 않고 신나게 일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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