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결정, 주민 반발 계속

공론화 과정서 여론조작 정황 드러나
양남농협 상대로 한 보복성 지점 폐쇄도

  • 입력 2020.11.0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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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6,4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정부는 맥스터 증설을 결정했지만 지난 3일 찾은 이곳엔 마을 어귀마다 여전히 맥스터 증설 중단과 주민들의 삶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6,4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정부는 맥스터 증설을 결정했지만 지난 3일 찾은 이곳엔 마을 어귀마다 여전히 맥스터 증설 중단과 주민들의 삶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다.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조밀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 추가 건설을 두고 벌어진 홍역이 결국 맥스터 증설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위치한 양남면과 경주시, 인접 울산 북구 대책위원회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8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월성원전 내 맥스터 증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8월 말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에선 맥스터 증설 착공식이 열렸다. 정부 결정의 핵심 근거는 찬성 81.4% 반대 11%라는 지난 7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발표한 공론조사 결과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여론 조작이 있었기에 맥스터 증설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양남면·경주시·울산 북구 대책위원회의 목소리다. 실제로 공론조사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며 초기 3,000명에서 145명으로 축소하는 과정은 반대여론을 추려내고 찬성여론을 구성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게 대책위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3,000명 조사에선 찬성 40.6%, 반대 32.8%로 나타났지만, 145명 최종 조사에선 찬성 81.4%, 반대 11%로 찬성이 대폭 증가했다. 더군다나 시민참여단 145명 중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협력업체 직원이나 그 가족 등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민참여단 145명 중에 양남면 주민은 39명인데 반대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남면 대책위가 한길리서치를 통해 양남면 조사를 한 결과 찬성 44.2%, 반대 55.8%로 나타났다. 공론조사 결과는 실제 여론과 큰 괴리가 있다는 게 양남면 대책위의 설명이다.

이는 대책위가 착공식 이후 맥스터 증설을 막기 위한 자재 반입 저지와 산업통상자원부·재검토위 등 공론화 관계자 검찰 고발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부와 한수원이 경주시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할 당시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약속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있는 곳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둘 수 없도록 법에도 명시돼 있다고 한다. 지난 3일 만난 이재걸 양남면 대책위 사무국장은 “결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가운데 공론화를 무리하게 추진한 건 맥스터 증설을 위한 시간표를 맞추기에 급급했던 것”이라며 “이는 엉터리 공론화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론화 과정에선 전 양남면발전협의회장인 백민석 양남농협 조합장이 양남면 대책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이유로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측이 보복성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월엔 한수원노조가 ‘우리는 맥스터 반대하는 양남농협을 이용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고 양남농협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어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내 양남농협 지점 폐점 사건이 불거졌다. 2006년 입점 이후 15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신뢰관계 속에서 매년 계약을 갱신해왔는데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계약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또한 내부 지침에 따라 관련 법인이나 직원들이 급여 통장을 타은행으로 바꾸거나 잔액을 타은행으로 이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관련 하나로마트 매출도 줄었다. 게다가 백 조합장에게 양남면 대책위 공동대표 사퇴 요구가 줄을 잇기도 했다.

백 조합장은 “전 양남면마을발전협의회장이라 양남면 대책위 공동대표가 된 것이다.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는다고 하는 마을 주민으로서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조합장을 맡고 있다고 해서 입에 재갈을 물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백 조합장은 또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어서다”라며 “핵심은 맥스터 증설 과정의 공론화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을 바꾸며 정부가 장기적 대책도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백 조합장은 지역 여론이 반으로 갈린 점도 큰 문제라고 되짚었다. 찬성 입장을 밝힌 식당이나 상가, 개인이나 단체를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암암리에 지원해주며 지역 여론 분열을 조장한 까닭이다. 양남면을 지켜오고 앞으로도 살아갈 주민들에게 남는 ‘분열’이란 후유증이 제일 큰 피해라는 것이다.

백 조합장에 의하면 결국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양남면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저장소가 되는 것이다. 백 조합장은 “소변을 보면 자기 몸에서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다른 지역 사람들 보다 몇 배나 더 나오는 상황에서 자식이나 손자, 후대까지 이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 주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이곳에서 나온 전력을 소비하는 대도시 시민들은 관심이 없겠지만,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경주 양남면에서 보이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경북 경주 양남면에서 보이는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은 지난 2일까지 2,274일째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홍보관 앞 이주 대책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은 지난 2일까지 2,274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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