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곤두박질 … 이제는 ‘폭락’ 걱정해야

폭등 이후 예견된 폭락 수순
곳곳서 벌써 농가피해 발생
가을·겨울배추 산지 ‘먹구름’

  • 입력 2020.11.0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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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추가격의 맹렬한 하락세에 농민들의 얼굴이 그늘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의 폭등이 무색할 정도로, 가을작형은 물론 겨울작형 이후까지 가격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배추는 고랭지 작황붕괴로 9월까지 10kg당 2만원대 중반의 높은 도매가를 형성했다.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한동안 배춧값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배추 도매가격은 추석 직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달 중순에 벌써 1만원선이 무너졌고, 이달 들어선 5,000원대 중반을 붙들고 있다. 지난해는 물론 평년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위 도매가격은 도매시장 중도매인이 소상인 및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임. 자료출처: aT 농산물유통정보
위 도매가격은 도매시장 중도매인이 소상인 및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임. 자료출처: aT 농산물유통정보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지역별 출하시기가 겹친 탓이다. 기상여건이 나빠 고랭지작형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정식이 늦어졌고 결구도 순탄하지 않은 실정이다. 정상적으로라면 지난달로 마무리됐어야 할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아직까지 출하되고 있고, 경기·호서지역 배추도 결구가 양호한 물량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양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조사에 따르면 올해 가을·겨울배추 재배면적은 모두 평년보다 늘어나 있다(가을배추 5.2%·겨울배추 3.6% 증가). 어찌 보면 예견된 가격하락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산지의 피해는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극악한 작황에 가격이 높아도 낼 배추가 없었다는 강원도 출하자들은 급락한 가격에 다시금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 평창군에서 산지유통을 하는 김종석씨는 “태풍과 장마로 정식 자체가 늦었고 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원래는 못 팔 배추들을 시세가 워낙 좋아 방제약·영양제 등 평당 3,000원가량씩 더 투입해 열심히 관리해왔는데, 지금 가격으론 낼 때마다 밑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출하를 시작한 충청도도 마찬가지다. 김희상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사무총장(충북 청주)은 “충청지역도 정식이 늦은 데다 가물어서 생육이 예년보다 2주 정도 늦어지고 있다. 2주를 기다린다고 결구가 잘 되리란 보장이 없어 다들 속이 덜 찬 상태로 출하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격을 더 낮게 받는다. 포전거래율이 높다지만 손해를 보는 수집상들이 농가에 가격을 다시 깎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변 상황을 전했다.

김효수 전국배추생산자협회 회장(전남 해남)은 “준고랭지 출하가 지연돼 경기·충청과 겹치고, 이것이 계속 밀려내려오고 있다. 결국 작황이 크게 무너지지 않는 한 남쪽의 가을배추는 물론 겨울배추까지도 문제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 벌써부터 해남 지역에도 수집상들이 포전거래 잔금을 치르려 하지 않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농경연은 11월 배추 평균 도매가격을 평년과 비슷(5,500원/10kg), 12월 평균 도매가격을 평년대비 하락이라 두루뭉술하게 전망했다. 가락시장 대아청과 관계자는 “배추가격 하락은 예견됐던 일이다. 11월 하순부턴 출하물량이 더 많아지고, 설사 결구가 덜 되더라도 재배면적이 평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배추가격은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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