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 천막농성장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전북 농민들 도청 앞 천막농성 1박2일 르포

  • 입력 2020.11.07 10:3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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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청 앞에 마련된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 천막농성장 앞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발전기와 차량 소음 그리고 추위에 잠이 들어도 제대로 잘 수 없는 불면의 밤이다.
지난 2일 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도청 앞에 마련된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 천막농성장 앞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발전기와 차량 소음 그리고 추위에 잠이 들어도 제대로 잘 수 없는 불면의 밤이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왼쪽), 진안군농민회 김명갑 회장(가운데), 박정우 사무국장이 온풍기와 랜턴 불빛 아래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왼쪽), 진안군농민회 김명갑 회장(가운데), 박정우 사무국장이 온풍기와 랜턴 불빛 아래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농성장에서 새우잠을 잔 농민들이 출근길 1인시위를 위해 손팻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도청 후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농성장에서 새우잠을 잔 농민들이 출근길 1인시위를 위해 손팻말을 어깨에 짊어지고 도청 후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가 저물자 농성장의 따뜻한 온기도 금세 식어버렸다. 2일 밤 발전기를 켠 한 농민이 농성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해가 저물자 농성장의 따뜻한 온기도 금세 식어버렸다. 2일 밤 발전기를 켠 한 농민이 농성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대종 의장(왼쪽)과 정충식 정책위원장이 도청 후문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종 의장(왼쪽)과 정충식 정책위원장이 도청 후문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인시위를 마친 농민들이 농성 교대식을 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1인시위를 마친 농민들이 농성 교대식을 하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중천에 머물던 해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기울었다. 어둠이 찾아오자 천막농성장을 감싸던 따스한 온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식어버린 공기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발끝부터 공략했다. 금세 찾아온 추위는 무차별적이었다. 발전기를 돌려 농성장 한 쪽에 놓인 온풍기를 켰다.

발전기의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엔진소리와 농성장 앞 왕복 6차선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차량 소음이 요란하게 뒤섞였다. 차들이 지날 때마다 거리에 수북이 떨어진 낙엽들이 농성장 앞에서 뒹굴었다. 도심의 매연도 매연이지만 11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추위와 소음공해가 천막농성장을 지키는 농민들을 괴롭혔다.

지난 2일 전북 농민들의 전북도청 앞 천막농성이 기어이 보름을 넘겼다. 지난달 19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나락이 담긴 톤백을 쌓고 볏짚을 모아 만든 ‘공룡알(곤포 사일리지)’을 쌓으면서 농민들은 천막농성장을 지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산하 13개 시‧군농민회 회원들이 릴레이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농 회원들은 관내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을 내걸고 송하진 전북도지사와의 면담을 촉구하고 있다. 또, 올해 기상여건 악화로 수확량이 급감한 쌀 농가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이 도청 앞에 세운 천막농성장 양 옆으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도청의 무관심한 농정에 분노한 농민들이 갖다 놓은 톤백과 곤포 사일리지가 100여개나 쌓여 있다. 그 길이만 100여m에 달해 길 건너에서 보면 도청 앞에 쌓은 산성 같다.

도청에서 농성장을 바라보는 방향의 가로수마다 ‘삼락농정 어디가고 농락농정만 남았느냐’, ‘어디있나 도지사 다시보자 송하진’, ‘제대로 된 농민수당 앞서가는 전라북도’, ‘농민기본법 제정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줄지어 매달려 있다.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스무 자 남짓한 문구에 선명히 담겨 있다.

이날 밤엔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과 진안군농민회 회원들이 농성장을 지켰다. 아스팔트 위에 파레트를 놓고 그 위에 얇은 스티로폼을 깔고 기둥을 세워 비닐로 사방을 덮은 곳이 농성장이었다. 전기를 끌어올 수 없어 휴대용 발전기를 돌리고 USB 충전이 가능한 랜턴으로 농성장의 어두운 밤을 밝혔다.

이대종 의장은 “지난달 도의회가 10월 회기를 하루 남겨두고 상임위에서 전라북도 주민발의 농민수당 원안을 부결 처리했다. 결국, 농민과 주민들의 피땀 어린 서명운동의 성과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이라며 “이는 도민과 농민들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장은 “농민수당의 최종 결정권자인 송하진 도지사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농민들의 농성은 송 지사와 면담이 이뤄지고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얇은 침낭에 의지해 새우잠을 잔 농민들은 도청 직원들의 출근길에 맞춰 청사 후문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천막농성을 시작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진행된 출근길 1인시위다. 또, 이른 아침 차량을 이용해 출근하는 도민들을 향해 전북도청 앞 사거리에서도 1인시위는 이어졌다.

1박2일 농성의 끝은 승리를 다짐하는 구호였다. 농성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와 농성을 시작하는 이가 만나 농민수당 쟁취를 외쳤다. 천막농성 16일차는 부안군농민회가 이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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