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은 우리의 것!

  • 입력 2020.11.08 18:00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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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문화라는 것들은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기어와 나의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가는가 보다. 어떻게 보면 문화와 습관은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해마다 10월의 마지막 밤은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니건만 모 가수의 노래 때문인지 뭔가 특별한 날인 것 같다. 같은 노래도 몇 번 들어줘야 하고 뭐 그렇다. 이번 10월의 마지막 밤은 맛있는 고구마를 먹으며 지냈다. 밭에서 막 캐온 고구마를 따뜻하게 쪄서 따뜻한 방에서 먹고 노래나 듣고 있으니 뭐 세상에 별로 부러운 것 없이 느껴졌다.

항상 농사일로 몸 한 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하는 날들을 지내는 여성농민들의 몸과 마음에 그깟 10월의 마지막 밤은 무슨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일게다. 그렇다. 우리 여성농민에게는 작은 휴식, 편안히 다른 걱정 없이 오로지 자기만의 휴식을 갖기가 힘들다. 항상 누구의 뒷바라지, 누구의 밥과 빨래와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허겁지겁 살아가다 보니 작은 감성에 귀 기울이며 여유를 부린다는 건 영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실천하기를 원한다. 이제 세상에서 집안에서 그만 스톱을 외치고 나 자신의 스위치를 켰으면 한다. 누구누구의 스위치를 켜기 위해 평생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기의 스위치를 켤 때이다. 힘든 세상살이에서 과연 여성농민은 무엇으로 자신을 채우고 행복을 꿈꿔야 할까.

요즘은 분명 물적 풍부함이 예전에 비해 훨씬 풍부하다. 삶의 질도 훨씬 고퀄리티하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을 봐도 그렇고 이상하게 행복한 느낌은 오지 않는다. 마치 부유물처럼 그렇게 세상에 둥둥 떠서 자기가 바라는 이정표가 아니라 세상이 미는 대로 떠밀리며 힘없이 살아가는 모양새다. 바로 우리 자식들의 모습이기에 참 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힘들어도, 고달파도, 꿈이 있다면 살아있는 것인데 생기가 빠지고 퀭한 눈동자만 보이니 그저 씁쓸할 뿐이다. 슬퍼말아라! 너희들은 우리의 자식이자 그래도 희망이니.

고즈넉하니 문을 열면 가을이 오고 있고 곡식과 밭작물들을 거둬들이느라 가뜩이나 건조한 여성농민의 손이 더 바싹 마른다. 거칠어진 손 때문에 고운 스카프에 올이 처지고 부풀어져도 자랑스러운 손이다. 노동의 역사이자 귀한 국민의 밥상을 차린 생명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여성농민들이 있다. 비록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참 떨어진다. 하지만 진짜 아름다운 마음으로 본다면 귀하디 귀한 보물인게다.

어쩌면 우리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은 그동안 수고한 사계절의 노동의 색깔을 곱씹어 볼만한 날이다. 무지개처럼 여러 가지 색을 입으며 살아왔지만 가장 수고한 아름다운 색깔이 우리 여성농민의 머리에 살포시 내려앉는 그런 날들을 꿈꾸며 가장 작은 것이 아름답단 말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 작지만 큰 것, 별다를 것 없지만 가장 소중한 것, 그 안에 글자를 새긴다면 여성농민 이 네 글자를 넣고 싶다. 소중한 우리들, 힘내서 다시 내년농사 멋있게 지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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