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딴소리 좀 안 나게 하라

  • 입력 2020.11.01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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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정감사가 차질 없이 마무리 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일정 중 산림청 등 임업 관련 부처 및 기관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딱 기대한 만큼의 말들이 오갔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8월 수해로 발생한 수많은 산사태 현장과 그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수도 없이 보고, 듣고, 적었다. 작물과 거주지는 물론이고 소중한 생명까지 여럿 앗아갔던 만큼, 이 국정감사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도 빈번할 이상기후로 인한 산사태 피해를 어떻게 대비하고 또 구제할 것인지 산림청의 계획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는 것이어야 마땅했다.

농해수위는 산사태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긴 했지만 결은 조금 달랐다. 필요 이상으로 산지 태양광 발 산사태만을 꼬집는 야당에 의해 감사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공격하고 방어하는 공성전의 현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그간 국정감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주요 이슈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 그러나 이것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된 것 모두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산림청 국정감사의 풍경은 여타 다른 일정에서 보인 모습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라 할 수 있었다. 농해수위는 농어촌공사, 농협, 마지막 종합국감 일정에 이르기까지 이번 국정감사 전반에 걸쳐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 사태’ 관련 질의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농’의 입장에서는 별로 관련이 없는 해수부 공무원 월북 사건도 종종 경계를 넘나들었다. 농민들은 농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건을 두고 벌이는 국회의원들의 진흙탕 싸움 때문에 정작 중요한 농정 현안에 대한 질의시간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사기 사건의 경우 농협 산하의 증권사가 연루돼 해당 펀드 상품의 8할을 판매했다고 하니 농협 감사에서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선’을 넘어 하루하루가 소중한 감사 일정 대부분을 집어삼킬 정도로 농업에 있어 중요한 주제였는가. 21대 국회 농해수위는 첫인상에서부터 제대로 농민들 눈 밖에 났음을 지금이라도 인지하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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