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인술(仁術)없는 의술(醫術)은 AI만 못해

  • 입력 2020.11.01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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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2016년 3월 13일 인간과 인공지능(AI)이 바둑으로 세기의 대결을 벌였습니다. 사람들은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한 바둑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바둑이 시작되자마자 인공지능 알파고는 이세돌을 상대로 내리 세 판을 이기며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그나마 4국에서 이세돌의 ‘신의 한 수’가 나오며 알파고를 물리친 것이 지금까지 인간의 마지막 위안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후 인간은 바둑에서 더 이상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 없게 됐습니다.

최근 의사들의 파업과 더불어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과연 참다운 의료제도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받아야 할 의료수가가 너무 적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만을 갖고 있는 의사들이지만, 정작 대부분의 의사들이 우리나라 소득순위 상위 1%내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만 봐도 개원의의 경우 평균 연봉이 2억3,000만원이 넘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OECD 가입국들 중 거의 최고수준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그 절대적 액수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바라는 부의 수준이 너무 높은 곳에 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진정 의사들은 자신들이 의업을 시작하기 전에 만인 앞에서 했던 ‘인류에 대한 봉사’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은 걸까요?

의료지식을 쌓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한 것을 내세우며 상위 1%보다도 더욱 높은 소득을 바라며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들의 경쟁상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이세돌을 격파한 인공지능은 이제 자동차를 사람보다 훨씬 정교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은 이제 서서히 그들이 대신해 나갈 직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중 의사들처럼 연봉이 높고 더욱이 사람들이 진입을 막고 있는 직종이라면 인공지능으로서는 최적의 진입분야가 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은 의료지식을 그 어떤 의사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이 습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지식들을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데이터 처리해 환자들에게 더욱 합당한 처방들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자율주행차를 능가할 수 없듯이, 아무리 의료지식이 뛰어난 의사라도 인공지능의 처방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AI는 언제든 최신기술로 업데이트할 수 있고 그 숫자 또한 다량으로 복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가 온다면 봉사라는 의무를 잊고 수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곧 눈앞에 닥칠 이러한 인공지능의 시대에 걸맞는 의사들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요?

의료의 목적이 인류의 건강증진에 봉사하는 데 있다면, 이제는 그 목적에 맞도록 자신들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킬 줄 아는 의료인들만이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의술은 곧 인술(仁術)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히 환자들을 대할 때, 지금까지 해왔던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고 환자의 마음에 다가가 그 마음을 진실로 위로할 줄 아는 의료인들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는 비단 의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에 이르기까지 의료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될 것입니다. 인류의 희생과 노고로 만들어진 의료지식이라는 공동자산을 자신들이 독점적으로 습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수단화해 더욱 높은 수익을 주장하는 것은 곧 나타날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한 어리석은 의료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모든 의료인이 이익우선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하는 게 먼저라는 시각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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