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20만원에 팝니다

  • 입력 2020.11.01 18:00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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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꿈을 꿨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앉아 사람들의 조롱담긴 웃음에 돌팔매질을 당하고 있다. 아무리 소리쳐도 목구멍 안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렇게 얼마나 꿈을 꿨을까? 등골이 서늘하다.

20만원에 팝니다. 잠깐 썼다 지웠다 하는 과정에 누군가가 보게 됐고 이는 곧바로 사회 이슈가 됐다. 언론은 사라진 모성이 어쩌고, 인권이 사라진 세상 등 생모에 대한 소나기 같은 비난으로 시끌시끌하다. 그냥 눈물이 쏟아졌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왜 20만원이었을까? 막막함과 답답함이라는 단어가 한꺼번에 겹쳐온다. 여성 혼자서 아이를 낳고 36개월을 키우며 우윳값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미래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누구라도 키워볼 사람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을까?

태동을 느낄 때마다 전해졌을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내 몸에서 전해지는 듯하다. 아이를 누군가에게 보내자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그녀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왜 비난은 그녀에게만 쏟아져야 하는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어머니는 절대적이고 변함없고 자식과 남편이 아무리 속을 썩여도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가족을 품어주는 즉 절대적 희생을 행하는 역할이다. 모성은 본성이라며 숭고함이라는 단어까지 덧붙여 찬양을 한다.

부성은 어디에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사회적 역할을 거세한 채 오롯이 모성에만 내맞기는 사회, 이러한 역할을 해내는 여성들이 찬양받으면 받을수록 오히려 여성들의 마음에는 왜곡된 자기 혐오와 편견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여성을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로 규정짓는 게 아닌,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한 인간으로 존중받을 때 그렇게 사회의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이 땅의 어머니들을 위한 첫 번째 배려가 아닐까. 모든 어머니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인간답게 살 권리, 평등권은 국가와 사회집단으로부터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고 상향적 평등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는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 즉 기본권이다.

아빠 없이 키우는 아이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건 싱글이건 두세 번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아이를 낳아도 그 어떤 아이이든 세상의 모든 아이와 어머니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가져야 하며 불평등한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 과연 그럴까? 그들에 대한 시선에 차별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들에 대한 인식과 사회복지가 당연하게 주어지고 충분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엄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이 아이가 자라 어린 시절 자신의 이야기를 다 알게 됐을 때도 엄마의 이 안타까운 현실에 깊게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는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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