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기승전 옵티머스’에 장관의 철벽에 … 농민들은 한숨만

[2020 국정감사]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주요 농정현안에 방어기제부터 앞세운 김현수 장관

  • 입력 2020.10.29 19: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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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승전 옵티머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이개호, 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랬다. 야당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의 관리부실 문제를 지적함과 함께, 옵티머스 사태에 문재인정권 핵심인사들의 연루가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은 옵티머스 사태의 정권연루설에 선을 그으며 맞섰다.

한편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시장도매인제·공익직불제·농작물재해보험 등 각종 현안에 있어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전반적으로 방어기제를 내세우며 ‘안 되는 이유’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농민들 입장에선 여러모로 한숨 나오고, 희망을 찾기 어려운 국감이었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중 김현수 장관(오른쪽)이 이재욱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무처 제공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중 김현수 장관(오른쪽)이 이재욱 차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무처 제공

추미애 장관이 왜 거기서 나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16일 농협 중앙회 국감에 이어 이날도 옵티머스 사태의 ‘정권연루설’을 주장했다. 특히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 승인에 관여했던 이용환 NH투자증권 준법감시본부 상무를 증인으로 불러 집중 추궁하는 등 가장 앞장서서 정권연루설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자산운용-정권과 유착된 한양대 동문들의 사기극’이란 제목의 계보도까지 들고 나왔다. 옵티머스 사태 피의자로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및 윤석호 변호사(옵티머스 사내이사), 옵티머스 설립자인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기소중지) 등 ‘한양대 동문들의 유착’으로 옵티머스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이 계보도에 뜬금없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이었다. 임 전 실장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와 대학 동기일 뿐, 현재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정황은 없다. 추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안 의원은 물증 없이 단지 한양대 출신이고 문재인정권에서 영향력 있는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로 추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이름을 ‘막 던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고, 이개호 농해수위원장도 “(추 장관과 임 전 실장 이름 거론은)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논쟁이 가열되던 중 정회가 선포되고, 감사 재개 뒤에야 안 의원은 “한양대 동문 전체를 지칭하려던 건 아니었다. 추 장관 포함 건에 대해선 내가 잘 못 챙겨봤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장관·야당, ‘반(反)시장도매인제 연대’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현수 장관에게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의사를 물었다. 윤 의원은 6일 서울시와 전라남도가 전남형 공영 시장도매인제 도입 협약을 체결한 사례를 언급하며 “거래물량은 아직 미미하나,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고 장점이 많으면 본격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윤 의원은 오후엔 김경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김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금 종합감사에서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가락시장 양배추 가격의 경우 하루만에 131%가 올랐다가 다음날엔 48% 급락, 다음날 68% 급등, 그 다음날 38% 급락하는 등 올해도 가격불안정이 심각했다. 명색이 기준가격인데 이렇게 가격이 춤추는 상황”이라며 “(시장도매인제가 도입된) 강서시장의 경우 2014~2018년 11개 품목이 경매제 대비 농가수취가격이 높았고, 가격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런 면에서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전남도와 서울시가 내세우는 공영 시장도매인제는 뚜렷한 그림이 없다. 지금 법체계 하에선 절대 할 수 없는 제도다”라 전제한 뒤 “농식품부가 완벽히 다 조사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가격 진폭이 경매제 하 가락시장의 가격 진폭보다 컸다. 농가수취가격이나 가격변동성 측면에서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김 장관과 사실상의 ‘반(反)시장도매인제 연대’를 형성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도매인제가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전국의 농업관련 단체에서 쌍수 들고 제도 도입을 촉구할 텐데, 오히려 많은 농업관련 단체들이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주장했다. 이만희 의원은 한국농축산연합회의 가락시장 시장도매인제 도입 반대를 근거로 이렇게 주장했으나, 농민의길의 경우 도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32개 공영도매시장 중 강서시장의 상장거래 농산물 1kg당 단가가 꼴찌였다”며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제를 16년 동안 시행했는데도 확산이 안 되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라 말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의 반대논리에 대해 “2000년「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을 통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했음에도 정부가 (시장도매인제 확대를) 추진 안 하는 게 문제 아니냐. 시장도매인제를 법으로서 도입했다면 농식품부는 그 법대로 정착토록 해야 한다”며 “기존 경매제는 농산물을 생산자가 적정가격에 팔 수 없는 제도였다. 감귤 한 상자 가격이 800원까지 폭락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그건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 가격이다. 시장이 가격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응수했다. 위 의원은 이에 “정부가 농민들이 적정가격을 받게끔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시장도매인제를 하자는 것 아닌가. 시장도매인제가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지만 이를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농식품부의 역할”이라고 쓴소리했다.

농작물재해보험, 보장성 강화는 뒷전?

농작물재해보험 문제도 비중있게 거론됐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벼농가들의 경우 도복된 벼의 수발아, 쭉정이 발생, 등급판정 문제 등이 겹쳐 어려움이 컸다. 그럼에도 재해보험의 제도상 문제 때문에, 1,300평 논의 벼가 태풍에 쓰러져도 7만원 밖에 못 받은 사례가 발생할 정도이다. 특약제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만희 의원도 “장관이 재해보험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한다는데, 검토 방향이 오히려 보장성 축소나 지급조건 강화 등 가입률을 저해하는 쪽으로 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한계점에 다다랐다. 제도 자체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 많은 농가가 혜택을 받게 하는 게 중요한 만큼, 관련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면서도 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선 어떻게든 선을 긋고자 했다. 김 장관은 “다수 가입자의 보험료 인하를 통한 가입률 제고, 농가 필요에 따른 보장수준 선택 등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며 보험가입자 간 재정지원의 형평성·합리성 제고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목표만 있고 구체적 대안 강구는 없나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도별 콩 국내 생산량 및 정부 수매실적과 관련해 “콩 수매비축량이 2018년 기준으로 수매계획량 대비 1%, 지난해 27.8%에 그치는 등 계획물량 대비 수매율이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논콩은 전량 수매한다는 게 우리 입장으로, 수매가격도 2018년 기준 백태 1kg당 4,200원이면 높은 가격이라 생각한다. 다만 시중가격이 2017년부터 올라 수매가 덜 됐고, 농가로선 시장가격이 높으면 시장에 팔 기회가 많으니, 국산콩의 저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서 의원은 “바람직한 현상이라지만 수매비축 대비 대응물량이 이토록 낮은 건 납득이 안 간다. 콩 수매가격을 시가와 연동시켜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채소가격안정제와 관련해 “당초 5대 품목 전체생산량 대비 채소가격안정제 대상품목 점유율을 2022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던 농식품부 목표와 달리, 올해 13%도 못 넘길 판이고 2022년 30%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양수 의원은 “채소가격안정제 예산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농협경제지주에 미루고, 농협경제지주는 국고로 해야 한다며 주저한다. 농식품부 입장은 어떠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2022년 30%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임을 인정하며, 대상품목 확대 및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 확보와 관련해 기재부 및 농협경제지주를 어떻게 설득할지, 예산분담률을 어찌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없이 “어느 쪽에서 부담하더라도 생산자단체에서 일정부분 (예산을) 부담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을 뿐이다.

이양수 의원은 “분담 퍼센티지라도 나눠라. 기재부와 농협경제지주 간 협상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장관이 나서서 챙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익직불 예산확대가 ‘부수적인 것’?

종합감사 마지막엔 공익직불제와 관련해 논쟁이 벌어졌다.

이만희 의원은 “경상북도 내 38만명의 농민 중 9만명이 공익직불금 수령 대상에서 빠진다. 농민이 억울하게 직불금 수령 대상에서 누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익직불제 예산 한도 2조4,000억원이 향후 5년간 변경이 없을 것이라는데 이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 물었다.

김 장관은 “예산 증액도 중요하나 지난해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기로 했고, 예산도 5년간 2조4,000억원 그대로 간다는 걸로 이야기가 됐다”고 답했다. 이에 이만희 의원은 “그 말엔 어폐가 있다. 기본계획을 세우는 것과 5년간 예산을 고정하는 건 얘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기본형직불제가 완성된 상황에서, 앞으론 선택형직불제를 어떻게 강화할지가 숙제다. 이를 통해 친환경농업 등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집중해야지, 직불제 관련 ‘부수적인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안 된다. 그리고 농민 전체가 공익직불금을 받을 순 없는 것”이라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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