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한 거래제도로 공영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자

박정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감사실장

  • 입력 2020.10.25 18:00
  • 수정 2020.10.26 09:33
  • 기자명 박정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감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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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감사실장
박정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감사실장

최근 공영도매시장의 거래 제도 비효율성을 개혁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으로 매번 유통구조 개혁은 무산되어 왔다. 그 결과 도매시장의 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 이런 비효율적 유통구조가 계속된다면 조만간 공영도매시장은 경쟁력을 잃고 그 피해는 생산자인 농어민, 중소 자영업자,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이미 지방도매시장은 침체화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 신규 도매시장마저 소매시장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락시장은 개장 이래 35년간 도매시장법인이 퇴출된 사례가 전무하다. 도매시장법인은 별다른 경쟁 없이 5년마다 매번 재지정 되어 독과점의 특혜를 누리며, 법으로 보장된 수탁 독점 수수료 사업으로 위험부담 없이 고수익을 내고 있다. 최근 4개년(2015년∼2018년)기준, 5개 청과 도매시장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7.6%로 유사업종 대비 6.5배에 달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이를 틈타 사모펀드 및 비농업 분야 거대 자본이 침투해 도매시장법인을 장악하고 있으며, 매년 지배주주들은 수십억 원의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경매제 유통 체계는 가격 결정 과정에서 출하자의 의견이 배제된 깜깜이 거래로 출하한 상품이 얼마를 받게 되는지 알 수 없다. 또, 매년 반복되는 수급 불안정으로 가격 폭등락을 반복하는 등 그 피해가 생산자인 농어민과 중소 자영업자 및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유통산업은 시류(時流) 산업이다. 정부는 시시각각 바뀌는 유통 현실을 잘 파악하고 치밀하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진정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공영도매시장이 경직된 경매제 제도로 운영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일본의 도매시장도 유통환경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일본은 2018년 도매시장법을 전면 개정하고, 2020년 6월부터 유통개혁을 단행하였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일률적으로 도매시장을 규제하기보다 개설자가 시장에 맞게 자율적으로 경쟁을 유도하여 시장의 활력과 창의성을 제고하도록 하였다. 도매시장법인 직거래, 중도매인 직거래를 개설자가 시장별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무한 경쟁의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설자인 서울시가 이미 강서시장에서 지난 15년간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도매시장 경쟁촉진의 효과성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는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개설자의 권한으로 허용해 놓고 시행규칙에서는 승인 대상으로 제한하여 가락시장에는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게 지자체에 권한을 이관하여야 한다. 유통은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정부는 큰 둑만 막고, 시장 개설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살펴봐도 거래 제도로 이렇게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나라는 없다. 이제 우리도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독과점 체계의 경매제에서 벗어나 무한 경쟁의 체계로 유통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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