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산물 수급조절, 때를 알고 때에 맞게

  • 입력 2020.10.25 18:00
  • 기자명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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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맹자 「중용」에 나오는 ‘시중(時中)’은 때를 알고 그 때에 맞게 처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목적에 맞는 수단일지라도 너무 늦거나 빠르면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 어렵다. 우리 농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이야 말로 시중의 도(道)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농산물 수급조절 수단 중의 하나인 시장격리 조치가 너무 느리면 가격 회복에 효과적이지 못하고, 너무 빠르면 출하 물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파와 마늘 재배면적 감소는 예측한 반면, 단수 증가는 예상치 못했다. 출하기 가격하락에 대한 원인 분석이 이뤄지면서 단수가 증가한 것이 알려졌다. 단수 증가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출하시기 가격 하락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사후 대응에도 불구하고 한 번 혼란에 빠진 시장 가격은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아울러 마늘 유통의 독과점 구조가 산지 가격 폭락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대로 조기 시장격리와 농업재해가 겹치면, 출하시기 가격 폭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과 수입 물량을 증가시킨다. 수입물량 증가는 다음해 채소류 재배면적 감소와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준다. ‘가격하락→생산량 감소→가격상승→수입량 증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수급조절 실패는 마늘과 양파의 자급률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년 농업전망 발표에 의하면 마늘과 양파의 중장기 수급전망은 밝지 않다. 마늘 재배면적이 2019년 2만7,689ha에서 2029년 1만9,203ha로 감소하고, 수입량은 3만8,000톤에서 5만9,000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마늘 자급률은 2019년 93.4%에서 2029년 81.7%로 감소할 전망이다. 양파 중장기 수급 전망은 2019년 2만1,777ha, 159만4,000톤에서 2029년 2만1,544ha, 142만5,000톤으로 소폭 감소하는 반면, 수입량은 5만6,000톤에서 8만1,000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양파 자급률은 99.6%에서 2029년 94.6%로 감소할 전망이다.

농산물 수급조절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획득과 시의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파종기에는 경작신고제를 통해 재배면적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적정재배면적보다 증가한 경우에는 휴경지원 등이 필요하다. 생육기에는 주산지별 광범위한 생육조사를 통해 단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분석 모델이 훌륭해도 신뢰성이 낮은 재배면적 및 단수 데이터로는 정확한 예측결과를 내놓기 힘들다. 출하기에는 생산량에 따른 출하규격을 설정하고 낮은 품위 농산물은 시장 출하량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러한 생산 안정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수요 안정을 위한 정부와 농협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정부의 수매 비축 확대와 농협의 계약재배 확대가 필요하다. 비축 수매와 계약재배 확대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농산물 수급조절을 위해 정확한 정보 획득과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있어서 올해 7월 양파와 마늘 의무자조금 출범은 매우 의의가 있다.

농수산물 의무자조금은 자조금단체가 농수산물의 소비촉진, 품질향상, 자율적 수급조절 등을 도모하기 위해 농수산사업자가 납부하는 금액을 주요 재원으로 해 조성·운용하는 자금을 말한다. 농수산물 의무자조금은 다수의 생산자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하나의 품목에 하나의 자조금만이 설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정부가 자조금 단체에게 농업경영체 정보를 제공하고, 자조금 미납자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생산자-농협-정부 3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의무자조금이 제 기능을 한다면, 우리 농업이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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