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감자빵 논란, 핵심은 ‘농가·지역 상생’

  • 입력 2020.10.2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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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역에서 재배한 감자 등의 농산물을 활용하고 경력이 단절된 마을 주부·할머님들과 고용계약을 맺어 감자빵을 생산하는, 또 판로가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청년농부의 블랙커런트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바로 춘천의 ‘카페 감자밭’이다. 청년농부가 개발한, 밭에서 방금 캔 듯 흙 묻은 감자를 꼭 닮은 감자빵은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카페 감자밭은 춘천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꼽힐 만큼 지역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카페 감자밭과 감자밭이 만들어내는 감자빵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SPC그룹 파리바게뜨가 지난 9월 평창군과 ‘감자를 활용한 제품 개발·소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감자밭의 감자빵과 거의 비슷한 ‘강원도 감자빵’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강원도 감자빵과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이 유사하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 챈 건 네티즌들이었다. 많은 제보를 받은 카페 감자밭 측에선 지난 12일 상품의 유사성을 이유로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SPC그룹은 당일 “레시피가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표절이라 볼 순 없지만 상생을 위해 좋은 뜻으로 기획한 제품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론 SPC그룹 측의 빠른 상황 판단과 결단으로 불거지는 논란과 갈등이 곧 일단락되겠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여론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댓글은 ‘파리바게뜨가 감자빵 판매 못하면 지역 상생은 물 건너 간 거 아닌가’, ‘괜한 평창 농민들만 불쌍하게 됐다’ 등 카페 감자밭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치우쳤다.

의아했다. 상생협력을 목표로 체결한 협약이 중단된 것도 아니고, 강원도 감자빵 판매 중단으로 평창 농민들이 판로를 잃은 것도 아니다. 대두되는 ‘원조’ 논란 보다 왜 SPC그룹이 감자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농민들은 해가 갈수록 각종 자연재해와 그로 인한 품질 및 생산성 저하, 가격 폭락 등을 겪고 있다. 대기업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감자를 구매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도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과 소통하며 꾸준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만들어 내는 게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 차원에서 카페 감자밭은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카페 감자밭 관계자에 따르면 매달 소비하는 감자는 30톤에 달하고, 내년엔 600톤 소비를 목표로 한다.

갈수록 농촌은 고령화되고, 청년 유입을 위해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페 감자밭은 농업 생산 그 이상을 뛰어넘은 청년농부의 성공 사례나 다름없다. 이미 많은 청년농부들이 카페 감자밭을 필두로 다채로운 사업 구상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보다 우선해야 할 건 농업이 나아갈 방향, 농가·지역 상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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