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농사짓는 농민이 가져야

  • 입력 2020.10.25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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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녘, 잘 익은 나락을 베기 위해 농촌의 새벽이 분주하다. 본격적인 수확기 농촌현장의 농민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그다지 풍요롭지 않다. 긴 장마와 재해로 낟알이 영글지 않은 벼가 많아 올해 수확량은 통계청 예상치를 훨씬 밑돌 것이 눈앞에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이 농민들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 사실은 농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농지는 농작물 재배에 사용되는 식량생산의 가장 기본수단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농사짓는 농민이 소유해야 하는 농지를 가짜농민들이 갖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드러냈다. 정작 농사짓는 농민들은 한 필지도 갖지 못하는 농지를 권력을 가진 그들이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

농사짓는 농민이 아니라면 농지를 소유하지 말아야 마땅하다. 그것이 바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이다. 농지를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갖은 수단을 이용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결국 농지법은 누더기가 됐고 그 결과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이 농지를 소유하게 됐다.

고위공직자일수록 더욱 강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일반사람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취할 수 있고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얼마든지 개인의 부를 축척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공직자의 재산 취득경위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정작 부동산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정부는 시장과열이 있는 곳을 규제하겠다며 부동산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집보다 더 철저히 규제하고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농지는 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보호돼야 할 농지를 고위공직자가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의 농지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공개된 농지소유 고위공직자가 이를 부끄럽지 않게 여긴다면 농지를 소유하고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이용해도 된다는 인식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철저히 농지는 농민이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공직자는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줘야 마땅하다.

현재 농지원부, 토지대장, 농업경영체 등록정보가 서로 제각기 움직이고 있는 문제를 농지통합정보관리시스템 구축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파악을 위해 누가 실제 해당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어떤 경로로 농지를 소유하게 됐는지, 실소유자와 경작자가 일치하는지 등에 대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마을 농지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농지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통해 비농민 농지소유 문제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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