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여러분의 국회의원은 지금 어떠십니까?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차재숙(충북 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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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숙(충북 영동)
차재숙(충북 영동)

제가 살고 있는 영동군에서는 요즘 갑자기 추워진 날씨만큼 분위기가 쌀쌀합니다.

3선까지 하며 주민들의 신뢰를 받아온 박덕흠 국회의원에 대해 사퇴하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추석 때는 붙어 있던 플래카드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없어졌고, 분노한 주민들은 급기야 1인 시위까지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녁에 혼자 서 있더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점점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우리 영동 군민들은 박덕흠 의원을 좋아했습니다. 생일이 되면 전화를 해서 축하한다는 말까지 해주는 모습에 젊은 사람들도 다른 국회의원보다 농촌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신뢰하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박 의원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이해충돌’이나 ‘이명박덕흠’이란 수식어를 들을 때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전화한 후배가 “언니 박덕흠이 영동 국회의원이야? 그 사람 까도 까도 나오는 완전 양파네? 하하.” 후배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내가 죄 지은 것처럼 “글쎄 말이다”하며 소리도 작아졌습니다.

전화를 받고 나서 고구마를 캐면서도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지역에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았습니다. “건설업자인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어쩔 수 없잖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국회의원에 돈도 많은 양반이 왜 그렇게 욕심을 냈대”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박 의원과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난 9월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5년 동안 박 의원 일가 건설사들이 국토교통부와 국토부 산하기관들로부터 1,000억여원을 수주 받은 사실 외에도 박 의원 일가 기업이 관급 공사를 통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올해 진안 용담댐의 방류로 영동군과 옥천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영동에서만 주택 55가구와 농경지 1,300여ha가 물에 잠겼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끝도 없는 장마와 흐린 날씨 탓에 과수가 주작목인 영동은 제대로 된 과수가 없어 수확량이 줄고 어느 누구도 대풍에 웃음 짓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년에도 웃을지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우울한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은 수해와 흉년으로 살길이 막막한 지역주민들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밀실로 들어가 나눠먹기한 예산을 갖고 엄청난 노력이나 한 것처럼 수백장의 플래카드로 낯이나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제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내가 사는 농촌에 어떤 지도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한 번도 없었고 정치인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무관심으로 선거가 끝나면 관심 한 번 둔적이 없었습니다. ‘긴 시간 단군 이래 최대의 이해충돌 괴물 정치인을 만드는 데 나도 무관심으로 한몫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보기로 했고 이런 사람이 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나만의 기준도 정해 봤습니다.

먼저 투표권 없이 소외되고 약자인 아이들 및 기후위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과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자 애쓰는 사람이 지도자가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서 어느 위원회에서 활동하는지 알아보고 국회의원의 1년 농사인 국정감사에 어떤 의제로 어떻게 참여하는지 찾아볼 것입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평가한 시민단체들의 평가표도 꼭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 어떠신가요? 영동에 사는 저처럼 부끄럽고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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