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l 탈(脫) 화학비료, 탈 농약 농업은 아직인가?

[창간 20주년 특집] 20년 전 한국농업 그리고 오늘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농업 강화 필요성 강조했건만…
20년 후 오히려 늘어난 화학비료 사용량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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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한국농정>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00년 11월 창간호부터 2001년 12월까지 본지의 지면을 돌아보고자 한다. 20년 동안 450만명에 달하던 농민의 숫자는 300만명도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농업계 현안이 오늘날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도 많았다. 이에 본지는 20년 전 농업계를 조명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후위기 상황임에도 탈(脫)농약, 탈(脫)화학비료 농업은 아직인가? 이미 20년 전부터 <한국농정>은 친환경농업 확대를 주장해 왔건만, 친환경농업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친환경농법 확대로 매년 3%씩 화학비료 사용량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농촌진흥청 국정감사 과정에서 언급한 데 따르면, 지난해 화학비료 사용량은 약 44만1,200톤으로 2011년 대비 13.3% 늘어났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화학비료 사용량 증가로 인해 지역 내 지하수 및 토양오염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약 2만2,000톤이었던 제주도의 연간 화학비료 사용량은 지난해 약 2만7,300톤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 데는 정부가 말로만 기후위기 대응 농업을 이야기하고 정작 탈농약, 탈화학비료 농업 기술 연구를 소홀히 했던 점이 작용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농약·화학비료 중심 대규모 단작농업은 고도 경제성장기의 농산물 생산량 증대에 이바지했으나, 100년 가까이 이어진 농약·화학비료 투입 농법이 한반도의 토양과 물을 황폐화시켰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본지 2001년 2월 8일자 기획 ‘화학비료 그 실체를 벗긴다’. 해당 기획을 통해 본지는 국내 화학비료의 46%가 토양에 남은 채로 지력감퇴, 연작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한승호 기자
본지 2001년 2월 8일자 기획 ‘화학비료 그 실체를 벗긴다’. 해당 기획을 통해 본지는 국내 화학비료의 46%가 토양에 남은 채로 지력감퇴, 연작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한승호 기자

본지는 화학비료 중심 농업의 부작용을 초창기부터 지적해 왔다. 본지는 2001년 2월 8일자 ‘집중분석 - 화학비료 그 실체를 벗긴다’ 기획의 <속효성 비료 흡수율 낮아 연간 2천억 손실> 기사를 통해, 2001년 기준 총 165만톤의 화학비료 중 작물에 흡수돼 생산에 이바지할 수 있는 비료는 54%인 약 88만7,760톤에 불과하다고 자체 분석했다. 나머지 흡수되지 못한 채 토양에 잔류하는 물량은 46%인 75만6,240톤으로, 연간 2,000억원의 손실이 발생된다는 게 분석 결과였다.

흡수되지 못한 화학비료는 장기적으로 지력감퇴, 토양유실, 연작장애, 아산화질소 증가,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에, 서둘러 ‘비효 조절비료’ 등 대안비료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게 당시의 결론이었다. 당시 유럽연합(EU)에선 이미 환경보전형 비료 및 지속가능한 시비법, 화학비료가 지하수 오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화학비료 중심 농업의 극복 및 경축순환농업 필요성을 제기한 본지 2001년 6월 14일자 지면.
화학비료 중심 농업의 극복 및 경축순환농업 필요성을 제기한 본지 2001년 6월 14일자 지면.

2001년 6월 14일자 <화학비료만으론 땅은 쇠퇴한다>에선 “화학비료의 사용은 토양의 부식과 소모를 촉진하기 때문에 (중략) 토양은 딱딱하게 된다”고 진단하면서, 토양의 비옥화를 위해선 비료 및 농약의 과도한 사용은 안 되며, 땅 속 미생물들을 유지시켜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2001년 4월 19일엔 ‘집중분석 - 미생물농약이란 무엇인가?’ 기획을 통해 합성화학농약 대신 미생물 방제법의 보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기획에선 ‘충(蟲)으로 충을 제압하는’ 생물 방제법(소위 ‘천적’ 활용법) 및 미생물을 활용한 장·단기 방제법이 소개됐다.

지금이야 그나마 지역 농업기술센터들도 미생물 활용법을 강구 중이지만, 이 당시 미생물 관련 연구는 사실상 발도 못 뗀 단계였다. 당시 기획은 선진국들이 이미 100년 전부터 미생물 방제법의 실용화를 이뤘고, 전 세계적으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미생물 방제법이 활성화되던 상황이었음을 지적한다.

한편으로 본지는 경축순환농업의 필요성도 주장해 왔다. 2001년 2월 1일자, 2월 8일자에 걸쳐 연재된 <일본 이바라키현 S목장 시찰기> 기사는 당시 주종환 본지 발행인이 일본의 한 경축순환농업 단지를 방문한 뒤 쓴 기사다. 해당 기사는 이바라키현 S목장 농민들이 분뇨로 액비를 만들어 지역 유기농업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한 내용이었다. S목장 액비는 냄새도 안 나고 보존기간도 길었으며, 액비로 재배한 채소는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았다. 농민들의 화학비료 사용량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 효과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당시 우리나라 환경부는 축산분뇨를 유용한 자원으로 보지 않고 그저 골치 아픈 폐기물로만 간주하며, 축산분뇨의 액비화에 대해 지나치게 규제하던 상황이었다. 주종환 발행인은 위 기사 마지막에 “자기(관료, 학자)의 연구과제만 앞세우고 민간의 연구노력에 대해선 제대로 검토도 해보기 전에 부정적 태도를 고집하는 관료들이 버티고 앉아 진입장벽을 쌓고 있는 실정에선 국내 자체적 대안농업 기술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본지 2001년 2월 1일자 기사에서 주종환 당시 본지 발행인은 양돈 분뇨 액비화로 유기농업단지를 조성한 일본 이바라키현 S목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본지 2001년 2월 1일자 기사에서 주종환 당시 본지 발행인은 양돈 분뇨 액비화로 유기농업단지를 조성한 일본 이바라키현 S목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의 지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우리 농정은 화학비료, 농약 중심 농정이고, 여전히 국내 농업구조는 경축순환농업도, 농생태학적 농업도, 그 밖의 모든 대안농업의 실천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는 농약과 화학비료 중심으로 100년째 이어진 한국 농업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도 이 정책의 전환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제주도의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졌다면 지나칠까.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20년 전의 경고를 다시금 귀담아 새기며 대안농업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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