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있어도 지키지 않는데 소용 있나?”

농식품부 표준계약서 개정 검토에 현장 반응 ‘냉랭’
표준계약서·새끼가축 정보명세서 사용 찾기 힘들어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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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표준계약서를 통해 육계농가의 방역시설 기준을 강화하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막상 표준계약서로 계열업체와 계약을 맺은 육계농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고시로 정한 ‘공급하는 새끼가축의 정보명세서’도 현장에선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게 육계농가들의 설명이다.

대한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회는 지난 14일 대전시에서 회의를 열고 축산계열화사업의 표준계약서 일부개정안을 논의했다. 농식품부는 표준계약서에 구체적인 방역시설기준과 기준 준수여부에 대한 관리·점검·확인, 그리고 불이행시 계약을 해지하도록 명확한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선 계열업체와 계약과 관련해 많은 규정을 만들었지만 지키는 계열업체가 없고 감독하는 기관도 없다는 냉랭한 반응만 나왔다. 현장에선 표준계약서를 구경도 해본 적 없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육계농가 중 표준계약서로 계열업체와 계약했다는 농민은 찾을 수 없었다.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제7조 4항은 농식품부장관이 표준계약서를 정할 수 있으며, 계열화사업자 등에게 사용할 것을 권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5항엔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받은 계열화사업자가 다른 계약서를 사용하면 다른 주요 내용을 계약농가가 알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

상당수의 계열업체들은 육계농가와 새로 계약을 맺을 때에 표준계약서를 쓰겠다면서 기존계약을 자동연장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보통 1년단위이지만 계열업체를 교체하는 경우가 아니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표준계약서를 계열업체와 육계농가들 사이에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핵심장치로 여기고 있지만 현장에선 표준계약서 사용빈도가 낮아 변죽만 울리는 상황이다.

계열업체가 육계농가에 공급하는 병아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새끼가축 정보명세서 역시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농식품부 고시에 지정된 서식에 따르면 이 정보명세서엔 종축장 이름과 소재지, 새끼가축의 일령, 백신현황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육계농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계열업체는 임의로 만든 정보명세서를 사용하며 구체적인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육계농가는 사육하던 병아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는데 새끼가축 정보명세서에 종축장 이름조차 없는 사례가 많아 애만 끓이는 모습이다. 한 육계농민은 “이미 출하가 끝나고 십수일이 지난 뒤에 비품이 나왔다고 사육비를 깎기도 한다”며 불공정 문제가 여전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양계협회는 다시금 농식품부에 표준계약서와 새끼가축 정보명세서 사용을 철저히 지도·감독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오세진 양계협회 육계분과위원장은 “표준계약서가 나온지 몇 년이 지났는데 제대로 사용하는 계열업체를 찾기 어렵다. 표준계약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데 누구도 감독하지 않고 있다”면서 농식품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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