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 개편, 결국 헛발질?

국회 예산정책처,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평가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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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평가한 결과 목표 자체가 허황된데다 달성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의미마저 퇴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6일 공개한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평가 보고서를 통해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연구 배경에 대해 이종후 국회예산정책처장은 “과거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에 치중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을 소홀히 하고, 자본과 회계가 사업부문별로 엄격히 분리되지 못해 경영효율성이 제약된다는 비판과 지적을 받아 왔다”며 “이로 인해 농협 사업구조 개편이 진행됐지만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농협 경제사업 성과 부진에 대한 지적이 반복됐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 보고서에서 계획 수립 자체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며 “농협은 시장변화 및 실행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경제사업 계획을 수립했고, 투자계획이 7차례나 변경되는 등 계획 자체가 부실하게 수립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점이 전반적인 집행 및 성과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 물량을 2011년 22조5,000억원에서 2020년 46조8,000억원으로 24조3,000억원(108%) 증가시키는 목표를 세웠다. 2012년 실적은 24조3,000억원으로 목표 대비 달성률이 95.6%였으나, 2019년엔 44조5,000억원이었던 목표 대비 실적은 27조7,000억원으로 달성률이 62.2%로 급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011년 이미 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농협 경제사업 물량 연평균 증가율이 5.4%였음에도 201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1.8%를 증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실제 경제사업 연평균 증가율은 1.9%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농협의 경제사업 물량 계획은 우리나라 농업생산액을 초과하는 계획이었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결국 과다한 경제사업 물량 계획에 연례적인 투자계획 변경이 이뤄졌고, 이는 집행실적 부진, 경제사업 성과 저조로 이어져 결국 농협 재무구조 악화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행실적도 점검했는데 “조합상호지원자금(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공동 조성한 무이자자금)의 경제사업 지원비중 감소, 자체자본 확충 부족 등 농협 측의 이행 미흡 과제들이 연례적으로 계속 발생되고, 정부 측에서도 계획했던 현물 출자가 지연·변경돼 농협의 자본확충 및 재정지원 기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사업 성과도 판매농협 구현을 위한 핵심목표인 산지유통 점유비와 농협중앙회 책임판매 비중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농협 경제사업에 대한 정부 평가 결과도 매년 하락해 지난 2018년 기준 농업경제 72점, 축산경제 66점으로 나타났다.

결국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은 경제사업 활성화고, 그 중심엔 농가소득 증대가 있다. 하지만 농협 경제사업 평가 결과 농협이 공언했던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은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농가판매가격지수 정체, 만족도 저조 등 농민조합원의 체감 효과가 미흡하고, 소비자 편익 감소 및 유통구조 개선 미흡 등 소비자 체감효과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금융부문의 사업성과 저조, 계열사로부터의 배당수입 감소 등이 차입금 증가로 이어져 농협중앙회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이번 보고서는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 확인된 첫 공식 평가라 향후 농협중앙회 진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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