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양파 경매, 농협 존재 이유 사라져

  • 입력 2020.10.18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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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조합원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농협에서 수입양파를 경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반 사기업도 아니고 농협이 벌인 일에 농민들의 배신감은 더욱 크다. 농협의 수입양파 경매는 국내산 양파가격과 국내 양파 수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농협이 수입양파를 취급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고난의 해이다. 올해 초부터 대부분의 농작물은 자연재해에 큰 영향을 받았다. 4월 초 발생한 냉해를 비롯한 자연재해는 작황부진을 가져왔고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쌀 수확기인 지금 생산량 감소에 대한 체감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현장은 실제 이보다 감소량이 더 클 것이라고 얘기한다.

쌀 재배면적을 인위적으로 줄여 생산량 감소를 유도했던 정부가 원치 않았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생산량 감소폭이 정부 예상보다 더 크게 벌어지면서 쌀값 상승이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비록 가격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수확량이 너무 적어 농민들에게도 손해가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값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생산으로 국내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수입산으로 가격을 끌어내리고 결국 국내산을 대체하게 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우리와 농사규모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농산물 수출국과의 경쟁력을 앞세우며 규모화를 유도했지만 결국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 진즉에 확인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난 20여년간 반복되면서 국내 생산기반은 붕괴돼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 인도가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의 양파 수출금지는 주변 국가들의 양파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해당 국가들은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자국에서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주식인 쌀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이는 곧바로 국가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먹을거리, 바로 농업이 가지는 특수성을 인지하고 함부로 생산기반을 훼손하고 농업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루빨리 자각해야 한다.

최근 양파 가격이 상승한 것은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18년과 2019년 연속해서 양파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양파 농사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재배면적이 대폭 감소해 아무리 양파 작황이 양호하더라도 생산량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값 보장이 농민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농민들이 생산자조직을 결성해 생산자 스스로 농산물 수급에 대응하고 가격불안정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농산물을 수입해 국내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아울러 농협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하루 빨리 회복해 본연의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농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농업협동조합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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