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잊혀진 추수 풍경, 다시 되살리다

  • 입력 2020.10.14 18:02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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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건조대에서 자연건조시킨 나락을 콤바인으로 탈곡하고 있다.
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건조대에서 자연건조시킨 나락을 콤바인으로 탈곡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모를 심을 때부터 달랐다. 모 심는 간격을 평소보다 넓혔고 한 번에 심는 모의 수도 줄였다. 모가 편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추수 또한 달랐다. 콤바인이 아닌 바인더로 나락을 벴다. 바인더는 일정량의 나락을 묶어 배출했다. 농민들은 추수가 끝난 들판에 건조대를 만들어 세웠다. 묶여 있는 나락을 일일이 건조대에 널었고 내리 나흘간을 양평의 부드러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에 건조시켰다.

탈곡하던 날, 다섯 명의 농민들이 콤바인과 건조대 주위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잘 말린 볏단을 전달하며 콤바인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었다. 2,200평 논, 콤바인 한 대면 금방 끝날 일을, 농민들은 추수 내내 수고스런 과정을 감내했다. ‘여행자의 식탁’을 운영 중인 25년차 식품MD 김진영씨는 “오직 밥맛만 보고 농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기획을 흔쾌히 받아 들여 벼농사에 나선 최병갑(40)씨는 “작년에 시험 삼아 재배를 해보고 되겠다 싶었다. 2,200평 전부를 자연건조 농법으로 농사지은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생산비와 인건비를 고려해 도정한 쌀의 가격도 직접 결정했다. 김씨는 “생산량이 적다 보니 가격이 일반 쌀보다 꽤 비싸다”면서도 “농부에게 이익이 돼야 맛있는 농산물이 지속적으로 생산된다고 믿는다. 쌀 한 공기(100~150g)로 따지면 컴 한 통 가격”이라고 말했다.

오래 전 잊혀져버린 농촌의 추수 풍경을 10월의 어느 날 다시 마주하기까지, ‘밥맛’으로 의기투합한 식품MD의 기획과 농부의 고집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 9일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의 한 들녘에서 농민들이 건조대에서 자연건조시킨 나락을 콤바인으로 탈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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