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나선 농심 “기상재해로 고통 겪는 농민들 헤아려야”

  • 입력 2020.10.09 22:11
  • 수정 2020.10.11 20:2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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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전남 강진군 작천면 퇴동마을 인근 들녘에서 이동복씨가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6일 전남 강진군 작천면 퇴동마을 인근 들녘에서 이동복씨가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황금들녘을 이룬 퇴동마을 안 계단식 논에서 이동복씨가 모는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황금들녘을 이룬 퇴동마을 안 계단식 논에서 이동복씨가 모는 콤바인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콤바인에 가득찬 나락을 곡물통에 쏟아내자 벼 싸라기와 먼지 등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콤바인에 가득찬 나락을 곡물통에 쏟아내자 벼 싸라기와 먼지 등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이동복씨가 곡물건조기에 수확한 나락을 쏟아내고 있다.
이동복씨가 곡물건조기에 수확한 나락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54일,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를 버텨냈다. 제8호 ‘바비’,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 등 연달아 닥친 세 번의 태풍 또한 이겨냈다. 쉬이 병들지 않았고 허무하게 쓰러지지 않았다. 농민의 바람처럼 꼿꼿이 벼 이삭을 밀어 올렸고 잘 여물어 고개를 숙였다. 서산으로 기우는 햇볕엔 영락없이 황금들녘으로 빛났다. 수확의 계절, 청명하고 완연한 가을날이었던 지난 6일 이동복(44, 전남 강진군 작천면 갈동리)씨가 본격적인 추수에 나섰다.

퇴동마을 안쪽,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계단식 논에서 콤바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삐삐삐삐’ 콤바인의 저장고 최대치까지 나락이 차오르자 신호가 요란하게 울렸다. 트럭 적재함에 놓인 곡물통에 나락을 쏟아냈다. 벼 싸라기와 먼지가 뒷산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번졌다. 추수 한 시간여 만에 곡물통 한가득 나락이 찼다. 일손 없이 홀로 추수에 나선 이씨는 집 창고에 있는 건조장으로 트럭을 몰았다. 곡물건조기에 수확한 나락을 쏟아 붓고는 다시 들녘으로 향했다.

콤바인에 다시 시동을 걸기 전, 그가 커피 한 모금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씨는 일 년 농사의 결실을 앞두고 황금물결을 이룬 들녘을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농민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안겼던 기상재해 소식이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가을걷이에 나서며 가슴 한 구석엔 되레 미안한 마음마저 앞섰다.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이 겹치면서 농산물 수확량까지 감소해 소득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가격이 좋아도 팔 게 없다. 재해보험을 들어도 보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나마 가을에 돈을 만지는 건데…. 재해를 입은 농민들이 어느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도록 기본소득은 보장해줘야 되는 것 아닌가.”

풍요로운 계절, 추수에 나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상재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삶을 먼저 염려하는 그의 대답은 지금 이 순간, 동시대를 사는 농민이라면 누구나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할만한 내용 아니었을까.

쌀 한 톨 생산을 위해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농민들의 ‘일미칠근(一米七斤)’의 노력에 더해 여전히 장마와 태풍 피해 극복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농민들의 힘겨운 삶을, 수확의 계절, 이 가을엔 정부가 좀 더 헤아려줘야 하지 않을까. 그가 다시 콤바인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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