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위법·탈법, 다시 수면 위로

광주KBS 도매시장 기획에
전남 농민들 분노 일파만파

  • 입력 2020.10.09 21:22
  • 수정 2020.10.10 07:3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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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광주 도매시장 문제는 지난 2017년 쪽파 불법거래 건으로 한 차례 그 단면이 드러난 바 있다. 2017년 1월 4일 전남지역 농민들이 광주광역시청 앞 대규모 집회로 유통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광주 도매시장 문제는 지난 2017년 쪽파 불법거래 건으로 한 차례 그 단면이 드러난 바 있다. 2017년 1월 4일 전남지역 농민들이 광주광역시청 앞 대규모 집회로 유통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광주지역 도매시장의 위법·탈법적 영업행태를 조명한 광주KBS의 기획보도에 농심이 부글거리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 유통을 독과점하고 있는 도매법인(경매회사)들의 편의적이고 독단적인 운영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광주KBS는 지난달 말 2주에 걸쳐 총 7회의 도매시장 기획보도를 방영했다. 각 회차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경매 물량·낙찰가 왜곡기재 ②편법거래(기록상장) ③장외거래 ④전송거래(가락시장 낙찰물량을 가져다 재경매) ⑤출하자손실보전금으로 자가손실 보전 ⑥하역비 출하자 부담 ⑦시장 내 농민 의사반영구조 결여 등이다. 해당 영상들은 농민들 사이에서 계속 순환 공유되며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①, ②, ③, ⑤회차 내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다. 특히 경매 물량과 낙찰가를 왜곡기재한 부분은 그동안 도매법인들이 기득권 수호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워온 경매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뿌리부터 무너뜨린 것이며 출하자손실보전금으로 전송거래의 손실을 충당한 것도 광주시 조례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④, ⑥, ⑦회차 내용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④회차 전송 문제를 보면 가락시장 중도매인(낙찰자)들을 광주 도매시장에 출하자로 등록하고, 서울에서 한 번 가격이 결정된 농산물을 광주로 가져와 다시 경매에 부치고 있다. 대단히 비효율적이고 농민·소비자에게도 민폐천만한 이 행위는 수집능력이 약한 지역 도매법인들의 상품 구색맞추기 명목으로 전국에 관행화돼 있지만, 앉아서 매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도매법인들이 상품 직접유치 노력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법률상 이 행위를 위법으로 지적하기엔 문구가 애매한 면이 있으며 유권해석 기관인 농식품부는 일단 도매법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 행위는 이번 기획보도 가운데 농민들의 분노가 가장 집중되는 대목으로, 법의 틈을 빠져나왔다 해도 비도덕적·탈법적 면모가 다분하다.

⑥회차의 하역비 문제는 법률이 구체적인 적용기준을 각 도매시장에 위임하면서 생긴 혼란이다. 법률상 ‘표준하역비’는 출하자가 아닌 도매법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도매시장들이 표준하역비 적용범위를 극히 일부로 국한시켜 놨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하역비를 여전히 출하자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가락시장은 예외적으로 표준하역비 적용범위가 매우 넓지만, 이곳 역시 도매법인들이 수수료를 높여 받는 편법으로 버젓이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⑦회차, 시장 내 농민 의사반영구조의 결여다. 설사 농민들이 도매시장 구조에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정상적인 절차로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시장 운영기구인 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대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농민들의 자리가 적을뿐더러 지역으로 갈수록 시장 내외에서 도매법인들의 영향력이 막대해 중도매인 등 여타 위원들도 사실상 도매법인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기득권인 도매법인이 시장 운영을 좌우하게 된다.

방송에선 광주지역 도매시장만을 취재대상으로 삼았지만 비슷한 폐해가 전국 도매시장에 횡행하고 있다는 건 시장 관계자 모두가 암암리에 알고 있는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경매제의 총체적인 한계와 도매법인들의 보수적 영업태도가 문제로 꼽힌다.

전남지역 농민들은 지난달 28일 광주 서부도매시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고 오는 16일까지 도매법인 불법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광주시 측의 약속을 받아 놓은 상태다. 우선 시의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법정소송 등의 후속조치를 감행하겠다는 결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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