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끊어지지 않은 식량주권 국제연대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 온라인·비대면으로 성황리 개최

  • 입력 2020.10.08 20:0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6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에서 각국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일제히 카메라를 켜 인사하고 있다.
지난 6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총회에서 각국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일제히 카메라를 켜 인사하고 있다.

식량주권과 생태 농업을 지향하는 농민들의 국제연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김옥임, 전여농)을 포함해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 10개 대표 농민단체는 이동 제한으로 소통에 제약이 따르는 환경 속에서도 각국 농촌의 현실을 공유하고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향후 농민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의 동남동아시아 지역 조직은 지난 6~7일 양일간 2020년 지역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의 전농·전여농 및 일본의 농민운동전국연합회(노민렌), 인도네시아의 농민연맹(SPI), 태국의 빈민연합(AoP)·북부농민연맹(NPF), 캄보디아의 농생태네트워크(FNN), 필리핀 진정한농업개혁을위한연합(PARAGOS),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민중운동(PANGGAU), 호주식량주권동맹(AFSA)이 참석했다.

본래 지역총회는 동남동아시아 지역 회원 농민단체들이 돌아가며 자국에서 주최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가 멎지 않아 화상회의를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지난해엔 노민렌이 지역총회를 주최했고 올해는 PANNGAU의 주최로 열릴 예정이었다.

김정열 동남동아시아 지역 국제조정위원(ICC)은 회의를 열며 “이런 어려운 시대에도 비아캄페시나의 농민들은 농생태학적 생산을 실천하고 있고, 또 먹거리를 지역 주민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비록 이렇게 온라인으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만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처한 어려움과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힘을 합쳐 해결해나갈지 토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인사했다.

자이날 아리핀 푸앗 ICC(인도네시아)는 지난 2018년 유엔에서 채택된 농민권리선언의 확산과 관련해 “올해 예정된 유엔인권이사회 일정이 취소된 데다, 농민권리선언에 힘을 실어주던 볼리비아가 국내정치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등 정치적인 어려움도 있었다”라며 최근 국제사회의 동향을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각국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며 “농민권리선언을 인권 체계 안에서 주류로 만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회원단체들에 강조했다.

김옥임 전여농 회장은 “올해 전여농이 힘차게 출발한 30주년에 태풍, 가을장마 등 기후위기가 닥쳤고 코로나19로 식량위기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라며 “이 문제들을 해결할 식량주권 실현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집회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다양한 방법으로 의제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흥식 전농 의장은 “농민이 주인 되는 농민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남동아시아 지역 대표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단결된 모습으로, 끈끈한 연대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각 회원단체들이 저마다 코로나19 시대 각국의 농업·농촌·농민의 실태와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는 가운데 이들은 코로나19로 세계 농촌 곳곳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식량주권과 생태농업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 또한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김정열·자이날 아리핀 푸앗 두 ICC는 비아캄페시나 국제사무국 이전(짐바브웨 하라레→프랑스 파리)과 그에 따른 대변인 직제 신설 등 현재 총회 논의 선상에 있는 안건 및 향후 일정에 대해 회원단체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 했다. 비아캄페시나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ICC회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전 세계 회원단체가 모이는 8차 총회를 2023년(니카라과 마나과)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또한 국제식량주권 및 초국적기업 대항의 날로 정한 이달 16일에는 각국에서 국제회의와 항의집회 등 다양한 행동이 예정돼 있으며,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인 11월 25일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