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밥이니께 와서 쪼매라도 들더라고.” 윤기 자르르한 찰밥에 깻잎김치와 양파절임, 김치찌개 그리고 막걸리 두 병. 소박한 반찬을 앞에 두고 마늘밭 옆 농로에 할매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일방석 그대로 깔고 앉아 서로의 밥을 챙기는 사이 한 할매가 “아이고, 참 챙기느라 중요한 젓가락을 빼놓고 왔네”라며 멋쩍게 웃는다. “젓가락 없다고 참 못 먹는당가.” 그건 일도 아니라는 듯 주섬주섬 각자의 짐에서 여분의 수저를 꺼내 나누는 할매들. 이왕 시작한 일, 900평 밭, 씨마늘 파종을 끝내고서야 홀가분하게 수저를 든 시각이 오후 2시, 뒤늦은 점심에도 사이좋게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쌓인 피로를 푸는 할매들. 이들이 온 몸으로 써 내려간 농사일기와 적당히 따스했던 햇볕, 선선한 바람에 미소짓게 됐던 어느 가을날.
청명한 가을날씨를 선보인 지난 6일 전남 강진군 작천면 군자리 들녘에서 씨마늘 파종에 나선 여성농민들이 농로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