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고속도로인가?

국토부, 남북합의·주민과의 합의도 없이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현 정부 내 착공’ 추진

  • 입력 2020.09.2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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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해 9월 19일 경기도 파주시 주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무분별한 접경지역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내용 중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건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9월 19일 경기도 파주시 주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무분별한 접경지역 개발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내용 중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 건이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을 목표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 국토부)가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착공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도로 예정지로 거론되는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 일대 농어민, 환경운동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이 고속도로의 건설이 장단반도의 생태계를 파괴할뿐더러 지역민에게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는 파주시 문산읍과 장단면 도라산역을 잇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 당시 남북 간 도로 연결에 합의한 데 따라, 또한 남북교류협력 준비 차원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7월 6일 환경부(장관 조명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착공이 필요하다”며 자신들의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환경부는 국토부의 원안 노선이 임진강과 장단반도 일대의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대안으로 하저터널을 검토하거나 기존 개발지역인 동쪽지역, 즉 현재 1번 국도 또는 77번 국도가 지나는 구간을 대안노선으로 검토하라는 ‘조건부동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 조건부동의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을 추진 중이다.

파주 시민사회는 이 안대로 도로 건설이 강행될 시 발생될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토부가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은 전 구간 지뢰지역으로 조사 자체를 할 수 없는 구역이다. 이런 곳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것 자체가 환경영향평가법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해당 지역 내엔 46종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 또한 DMZ생태연구소는 도로건설 예정지역에서 긴다리소똥구리(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가 발견됐음을 밝힌 바 있고,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엔 물범 및 참호박뒤영벌(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도 서식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토부가 남북교류협력 운운하며 도로 건설을 추진 중이나, 정작 남북교류협력이 중단된 상태에서 북측과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도로부터 만들고 보겠다는 점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도, 2007년 10.4 선언에서도,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도 도로 연결 얘기는 나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도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로, 직접적으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파주 민통선 인근지역에서 친환경 쌀농사를 짓는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현재 남북교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에서 북측과의 논의 없이 도로를 만든다는 건, 남북관계 개선과도 상관없고 사실상 예산 낭비에 가깝다. 남북 간의 도로·철도 연결 논의, 홍수조절 대책 관련 논의 등이 모두 중단된 상태에서 남측만 일방적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게 누구에게 이익이 되나”라며 “도로 연결 문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된 뒤에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장단반도 일대에 제2경제특구를 만들자는 이야기들이 과거부터 계속 나왔는데,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계획이 현실화될 시 ‘경제특구 개발’ 명목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로 장단반도의 생태계가, 생태논이 파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고, 무엇을 위한 사업인지 주민들을 설득하지도 못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구 파주 어촌계장은 “임진강 일대 어민들은 임진강의 황복, 실뱀장어 등을 잡고 사는데, 도로 건설계획 상의 평화대교 건설이 강행될 시 임진강 어종의 생태에도 악영향을 끼쳐 어민 생계에도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지금의 도로 건설계획은 지역 주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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