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올해 농업전망에 대해 3주 차를 두고 상반된 보고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와 역대급 이상기후라는 동일한 조건에서 농경연은 9월엔 ‘농업소득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지난 11일엔 ‘(올해)이전소득과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서다.
농경연은 지난달 24일 <현안분석> ‘2019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을 통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농업경제조사의 세부 분석과 올해의 농가경제 전망 의견을 담았다. <현안분석>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이하 코로나19)와 자연재해가 상당 기간 농업소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면서 △농업생산액 감소 △일손부족 심화 △농산물 판로 위축 등의 이유를 들어 “상당 기간 농업소득 감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농외소득 창출 기회 역시 줄어들 수 있”어서 농가경제에 어려움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3주 후인 지난 11일 발간한 <농정포커스> ‘환경변화를 반영한 2020년 농업부분 수정 전망’에선 돌연 농가소득 증가를 얘기하고 있다.
<농정포커스> 요약 자료에 따르면 ‘이전소득과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하여 2020년 농가소득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4,309만원’으로 전망했다. 농가소득이 증가할 몇 가지 이유로 △공익형직불제 확대와 지연된 쌀 변동직불금 수령으로 인한 이전소득·농업소득의 큰 폭 증가 △가정 내 육류 수요 증가와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제시했다.
한 기관에서 몇 주 사이 농가소득에 상반된 입장이 나온 것도 논란거리지만, 더 큰 문제는 올해처럼 ‘최악’의 조건에서 ‘극한직업’이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현실이 ‘평균값’이라는 수치로 재단돼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 된다는 귀결점에 있다. 이른바 평균값의 함정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농업소득이 크게 증가한다는 말에 화가 솟구친다”면서 “내 경우를 일반화 시킬 순 없지만, 코로나19와 심각한 이상기후로 뭐 하나 수확할 게 없다. 멜론은 한참 열매를 키우고 당도가 들어차야 할 시기에 흐리고 비가 계속 내려 정말 1개도 수확하지 못했다. 코로나 여파로 소득의 35%를 차지하는 딸기체험농장도 애초에 문을 닫았고 학교급식용 납품도 엉망이었다. 내년 농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갈피를 잡기 어렵다. 막막하다”고 복잡한 속내를 전했다.
농경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농가소득이 워낙 낮아서 ‘작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소득증가 전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은 줄고 집밥 소비가 늘면서 특히 축산물 소비도 늘어났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좋은 편이다. 문제는 이 모든 수치들을 평균값으로만 해석하다보면 오해를 살만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중간값들의 분포, 양극화 심화 정도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단국대학교 교수)은 “국책연구기관에서 농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섣부른 예측을 왜 지금 이 시기에 ‘수정전망’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것도 3주 전 연구와 전혀 다른 전망으로 발표해 현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