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대처할 먹거리 체계, 농민권리선언에서 답을 찾자

농민권리선언포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농민권리와 먹거리’

  • 입력 2020.09.25 15:55
  • 수정 2020.09.28 09:3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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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찾아가는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농민권리와 먹거리’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찾아가는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농민권리와 먹거리’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대표 윤병선)은 지난 2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찾아가는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농민권리와 먹거리’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대산농촌재단, 농민의길, 글로벌환경변화와지속가능한먹거리연구센터가 후원으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우리 농정과 먹거리 체계가 어떤 변화를 통해 재난상황에 대응해야 할지, 그 답을 유엔에서 채택된 농민권리선언의 내용에서 찾으려 시도했다. 포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자만 참석해 진행됐으며, 대신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영상 보러가기

 

개회사 - 윤병선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대표·건국대 교수

2018년 12월에 유엔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산업적 농업의 폐해가 이렇게 빨리, 그리고 광범위하게 지구에 엄습해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가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최장기간의 장마와 유례없는 폭우가 당장의 위기로 엄습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생태계 파괴의 최전방에 있었던 바이오 자본들은 스스로 코로나19 극복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바이엘이 몬산토와 합병한 이유도 이런 일들을 예견하고 실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본은 질병을 무기화하는데 항상 능숙하다. 위기와 재난을 팔아 이윤을 만들어내는 일에도 능숙하다. 더 이상 자본의 이러한 술수에 놀아나지 않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 크고 견디기 어려운 재앙이 오기 전에 우리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혜를 농민들로부터 찾으라는 것이 유엔농민권리선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연대와 협력이다. 세계화로 만들어진 국경을 초월한 ‘긴밀한 연결’은 ‘느슨한 연결’로 바꾸고, 이로 인해 봉쇄됐던 지역화로의 길을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연대와 협력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 이 포럼이 이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축사 - 정한길 농민의길 상임대표·가톨릭농민회장

자연에 친숙히 살아가는 농민들의 삶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분별한 개발 행위와 경제 지상주의인데 그 피해가 농민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이 문제다.

봄철 냉해, 태풍과 54일이라는 긴 장마로 인한 수해로 농민들은 절망에 빠져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추경에도, 한국형 뉴딜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21년 농업예산안에서도 농업은 뒷전이다.

농민권리는 말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토지문제, 종자문제, 물 문제, 소득, 식량주권 등 우리가 쟁취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탈탄소, 유기농업, 경축순환농업, 식량자급률 제고, 지속가능한 먹거리 시스템의 구축, 농산물 수급·가격안정 및 농가소득 안전망 구축 등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4%의 농민들과 96%의 소비자 국민이 함께 힘을 모으면 좋겠다. 특히 오늘 이 자리는 함께하는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리라 기대한다. 토론회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발표1 - 조병옥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농지 소유·전용, 모든 예외 불허해야"

미국의 개척시대 당시 시애틀의 인디언 추장은 자신들의 땅을 사고자 하는 미국의 대통령을 향해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수 있는가?’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이 고귀한 언어를 책 속의 언어로만 이해하고 있다. 이 사회가 그러한 철학을 되새기지 않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농지, 토지를 사유화의 대상으로 삼고 재산축적의 도구로 사용해야한다는 철학을 깨 내야한다.

34년 농지법의 역사 속에서 가장 대대적인 변화는 노무현 정부 때 일어났다. 비농업인들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내용의 개정안이 그것이다. 농지법은 50차례 이상 개정됐지만 그 방향은 생산수단으로서의 농지의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재로서 인식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경상남도 함안군의 어느 한 면에서 올해 공익형 직불제 신청 현황을 들여다봤더니 건수로 봤을 때 자경이 23.6%, 임차가 76.4%를 차지했다. 필지로 기준을 잡았을 때는 더 높은 임차 비율을 보인다.

이처럼 농지를 이용하는 상태는 엄청나게 훼손돼 있다. 인터넷 상에선 비농업인이 농지취득 자격증명과 농업경영계획서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 너무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2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는 동안 토지와 농지의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는 등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농지는 굉장히 도외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추미애 당시 당대표 등 몇몇 정치인들이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언급하며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지기는 했다.

이미 제주도, 충남,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한정된 필지에서 농지 소유 및 이용실태와 관련해 현황파악 및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도 경기 화성시·화성시, 경남 거창군 등 12,000여 필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이후 그 데이터를 이용해 전국적으로 여론을 환기할 방법을 고민할 예정이다.

농지원부·농업경영체·토지 대장으로 분리된 농지 관련 자료를 통합해 농지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가령 농지관리청을 두고, 그 아래 읍·면 단위의 위원회를 둬 관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강화하는 개헌이 필요하며, 예외규정을 너무 많이 둔 농지법 또한 반드시 건드려야한다.

 

발표2 - 문은숙 전 서울시먹거리위원회 위원

“먹거리 불평등은 곧 건강 불평등”

이미 70년대에 인간의 사망 원인이 어떻게 먹고 생활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지 알게 된 유럽은 먹거리 정책을 전환시켰다. 그들은 사망원인의 많게는 90%가 사회·정책적으로 결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료 복지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잘 먹고 좋은 생활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2017년 자료를 보면, 먹거리가 충분한 가구의 고혈압 발병률은 7.3%인데, 부족한 가구의 발병률은 34.8%로 오른다. 당뇨병, 심장질환 등을 합치면 거의 다섯 배 이상의 높은 발병 확률을 가진다. 인과관계는 이 데이터로 얘기할 수 없지만 상관관계라면 가능하다. 먹거리 불평등은 결국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건강한 생산 인력이 자살로 죽는 것은 굉장히 큰 사회적 문제인데, 그래서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먹거리가 충분한 가구는 우울증 경험이 6%인 반면 결핍된 가구는 21%로 뛰어오른다. 뿐만 아니라 구강 건강이라던가 삶의 질 지수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2~3배의 격차를 보인다. 최소한 먹는 것만 양적·질적으로 충분하게 보장한다면 이런 정도의 건강 격차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러 정책을 끌어 모아야 먹거리 정책을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극히 분산적인 행정체계를 갖고 있다. 이것들을 합치느냐 마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데, 그것보다는 통합된 먹거리 정책에 대한 목표와 내용을 갖추었는지가 중요하다.

먹거리 정책은 인권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먹거리 보장은 보편적 인권문제이다. 인권 정책으로서의 먹거리 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국민의 10%는 먹거리가 충분하지 않고, 그 가운데서도 2%는 말 그대로 굶고 있는 인구가 있는 나라다. 대도시로 갈수록 그 비율은 뛰어오른다. 또한 건강 정책으로서의 위상을 찾아야한다. 어떻게, 무엇을, 얼마나 충분하게 먹는지가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에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도 내용을 갖춰야한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발전정책으로서 먹거리 정책이다. 2017년 유엔에서 합의된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 목표(SDG)'에서도 먹거리 보장과 개선된 영양상태 실현, 지속가능한 농업촉진이 두 번째 목표로 돼있다. 우리나라에서도 K-SDG가 나오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먹거리가 다 보장돼있는 것처럼 말하고, 식품안정성 정도를 신경 쓴다.

한국판 뉴딜이 나왔는데 거기에서도 먹거리 정책이 제대로 된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그린뉴딜 정책을 이미 2013년부터 준비했는데 그 핵심에 먹거리 전략이 들어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건강히, 충분히 먹고 있는지를 한국형 뉴딜도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

세계식량기구에서 정립한 내용을 가지고 우리는 어느 시점에 머물러있는지 진단해봤으면 좋겠다. 1974년에 먹거리 보장의 개념은 공급, 즉 양이었다. 1983년엔 접근성을 이야기한다. 가능하면 잘 분배가 돼 공공재인 먹거리가 누구에게나 충분해야 한다. 1994년에는 인권으로서의 먹거리가 강조된다. 이후 영양, 안전, 안정적 공급, 기호, 문화적 요소까지 포괄한다. 그리고 2001년에는 도시 단위의 먹거리 정책이 강조된다. 과연 우리는 어느 시점인가. 지금 우리의 식품 행정체계, 관련 공무원들은 먹거리에 대해 어느 시점의 시선을 갖고 있는지 냉철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발표3 - 정은정 농촌사회학자

“농촌 노인들의 즐거운 한 끼 사라져”

코로나19로 생산의 영역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식품시장의 공급망 사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학교급식 공급이 중단됐고, 외식업이 위축됐으며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특히 축산업에서는 영향이 컸는데, 외식업계가 우리나라의 국내산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우, 한돈 등 국내산 육류 소비 규모는 개인의 소비 규모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도축장 노동자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사례가 눈에 띈다. 피를 보고 분뇨를 맞닥뜨려야한다는 점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이다. 7월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육류공장 확진 노동자가 11000, 사망자가 최소 64명이다. 미트패드에 깨끗하게 담겨진 고기들을 받아서 먹는 우리는 그 이면을 잘 모른다. 공급사슬, 순간적으로 고기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도축장 폐쇄의 문제 때문이었다. 한국도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어느 때라도 드러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 또한 그렇다. 학교급식 가동률이 평균 40%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학교급식이 멈춘 것처럼 노인들의 즐거운 한끼가 멈춘 것 또한 계산되지 않는 피해다. 경남이 가장 먼저 시작한 마을공동급식은 대단한 의미가 있었는데, 노인들은 함께 먹는 즐거움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었다. 노인들이 복지관에서 하던 식사는 도시락 배달로 전환됐고, 영양의 칼로리는 채우겠지만 굉장히 큰 순기능이 정지된 것이다.

최근 기술적 대안으로 꼽히는 스마트 농업이 한국의 농업현실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60대 모바일 뱅킹 이용률이 18.7%. 70대의 경우는 37.8%만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농촌에서는 그 비중이 더 떨어질 것이다. 영세 중소농, 고령농에게 스마트농업 기술과의 접점이 과연 있을까? 2G 시대에 머물러 있는 농민들에게 이 기술의 혁신이 편차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난 농업과 먹거리 문제는 이미 내제돼 있던 농업 문제다. 데이터 속에 잡히지 않는 농민들의 삶, 농업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지금 쏟아지고 있는 코로나19 이후에 관한 전망은 보고서 속 이야기로만 남을 것이다.

 

 

발표4 -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코로나19 가장 큰 피해자는 농촌여성”

이 재난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 것이다. 불평등에 놓인 그 사람들은 바로 이 세상의 여성들, 특히 농촌에 있는 여성들이다. 코로나19는 전 대륙에 걸쳐서 농촌 여성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륙을 막론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코로나19 시기에 굉장히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폭력이 돌아온다. 남성들은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고, 술을 많이 먹게 됐다. 사회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가정에서 폭력으로 나타나고, 지역사회에서 폭력과 살인으로 나타난다. 남아공의 한 여성 활동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만 3건의 여성 살인사건이 났다고 전했다. 셧다운 상태 때문에 제대로 된 보건복지 또한 누릴 수 없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여성은 가장 먼저 일거리를 잃고 여성들 중에서도 이주 여성들은 특히 가장 많이 일자리를 잃고 있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유엔농민권리선언 4조 여성의 권리를 보면 여성이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고 모든 종류의 폭력을 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13조에서는 위험한 작업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취업 기회를 제공해야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룬다. 적절한 수입과 생계, 생산수단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16조에선 국가가 자연재해 등의 심각한 타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강화하는 적절한 조취를 취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유엔농민권리선언은 국가의 의무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사짓는 여성농민들이 있기에 소비자가 먹거리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집에 있지만 결코 조용하지는 않다. 외부에서 활동할 수 없는 시대지만 여전히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먹거리를 생산하고 이 지구 생태계 순환을 위해 농생태학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여전히 전세계 여성농민들은 토종씨앗을 뿌리고 식량주권을 지키고 있다.

나쁜 소식은 문명이 끝나간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 또한 이 문명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기후로 인한 위기가 새로운 희망, 새로운 성찰의 기회, 새로운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발표5 - 무하마드 이크완 비아캄페시나 기술위원(인도네시아)

코로나19, 농민운동의 새로운 기회로

현재는 농민의 권리가 굉장히 침해되고 있는 암울한 시점이다. 농촌의 많은 사람이 기아를 겪고 있고 국가의 서비스와 보조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렇게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공급체계는 대기업, 다국적 식품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에 따르면 13,500만명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고, 이는 인도네시아의 인구 전체와 맞먹는 숫자다. 코로나19는 기아 인구를 더욱 늘렸다.

그런데 다국적 기업들이나 각국, 유엔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뚜렷한 전략도 없고, 국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 대비는 락다운, 지역 봉쇄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식의 봉쇄는 굉장히 불균형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가난한 사람과 농민, 노동계급에 더 큰 타격을 입힌다.

유엔농민권리선언에 관한 논의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돼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비아캄페시나가 이사회에 접촉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논의를 주도하는 볼리비아가 국내 정치 문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오는 10월 의장국으로써의 임무를 계속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세계식량기구(FAO) 또한 가족농 10캠페인을 시작한 뒤 2년차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전히 별 진전이 없어 보인다. 2022년에 유엔식량정상회의를 개최가 예정돼있었는데 그 계획도 많은 차질이 생겼다. 농민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비아캄페시나 측에서도 주최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엔농민권리선언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몇몇 있는데, 예를 들면 스위스 정부는 유엔농민권리선언을 비준하고 다른 국가와 시민사회와 협조하고 있다. 스위스가 유엔과 협력해서 이 선언을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백서까지 발간하고 있는 것은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너무나도 많은 농민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고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농민 운동에 있어서는 하나의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대안적인 식량공급체계를 세우는데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권리선언을 이야기하는 우리의 발언권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발표6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민 농업 지원해 생산주의 끊어야

코로나19로 인해 농촌에 갑자기 많은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이는 20,30년이 누적된 문제다. 따라서 제기된 문제들만을 가지고 새로운 농정의 방향, 대안을 얘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누적된 문제가 있었고, 그것에 대응한 농정들이 해결하지 못해 밑바닥부터 쌓여있는 것들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다만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코로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시 이야기할 핑계가 되겠다.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협상이 타결되고 WTO 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새로 형성되면서 김영삼 정부는 생산주의 농정을 기조로 삼았다. 거칠게 얘기하면 대농에게 땅 몰아주기, 묻지마식 유리온실 조성사업 등으로, 논을 키우고 유리온실을 하겠다며 보조금과 융자금을 섭외하러 다니는 농민들이 농협 앞 다방에서 담당 과장들과 상담했기 때문에 '다방농사'라고도 불렀다. 그런 농정기조가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이제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농정이 대농에게 땅 몰아주기를 하진 않는다.

그럼 지금은 잘하고 있는가, 그렇진 않다. 생산주의 농정을 정부가 직접 수행하지는 않지만, 그 후과가 스스로 살아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무섭다. 가업을 승계한 대농의 젊은 자제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농토를 넓히려고 애쓰고 있다. 과거처럼 많은 지원은 없지만 자력으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이 정신이 머릿속에 새겨져있다.

한편으로는 시골 가서 농사짓겠다며 젊은이들이 꽤 내려가는데, 세 가지가 없다. 땅이 없고 경험과 기술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어 농지와 농기계를 빌리기도 어렵다. 농지는 정해져있으니 경합이 굉장히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생산주의 농정 후과의 대표적이 예인데, 완전히 끝냈다고도 말하기도 어렵다만 이미 상당수의 농업주체 머릿속에는 농사지어 먹고살려면 땅이 넓어야 한다는 경영전략이 남았다.

생산주의 농정의 실패가 남긴 가장 뼈아픈 부분은 농업·농촌 부문에 사람을 못 남겼다는 것이다. 경영주 연령이 만 40세가 안 되는 청년농가가 1만 농가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의 1%가 안 된다. 상황은 복잡해졌고, 지금의 농정은 딱히 방향을 찾을 수 없는 농정이다. 한쪽에선 로컬푸드를 하는데 한쪽에선 대기업과 연결된 유통망을 공고히 하는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시끄러우니 그린 뉴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농업환경, 농촌 환경 관련된 정책들은 확장되기는커녕 축소되는 기미가 보인다. 예를 들면 공익형직불제가 개편 와중에 있는데, 환경 관련한 직불금은 선택형에 넣겠다는 방침은 정해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1년 넘게 정해지지 않고 초보적인 수준의 갑론을박만 이어지고 있다.

농사짓는 형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다수를 점하는 형태의 농업활동을 우리 농정이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농민'의 저자 얀 다우 판 더르 플루흐 교수는 농사짓는 양식을 대략 크게 세 종류로 정했는데 기업농, 경영자형 농업, 그리고 농민 농업이다. 자연과의 관계 문제에서, 농민농업은 규모가 작아 고투입을 할 형편도 안 되지만 자연과 공생 방안을 찾고, 적절한 생산을 하면서도 자연을 갈취하지 않는다.

경영자형 농업은 현금을 들고 있어서 투입하는 게 아니라 금용자본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코로나 19와 같은 상황에서는 위험하다. 스스로 경영자형 농업으로 달려가는 농민들을 비도덕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그동안 등한시 돼 왔던 농민 농업에 대한 지원으로 농정방향을 틀어봐야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농업보조금 또한 그냥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협동과 연대에 기초하여 공동체를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발표7 -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농민·이주노동자 인권 함께 찾아나가자"

농촌에 오는 이주노동자가 버티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청년들이 농촌에서 버티지 못하는 이유와도 같다. 농축산업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비취업 상태로 버티고 있는 비율이 26%가 넘는다. 이 노동자들은 제조업과 같이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같은 이주노동자와 자신들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 시간이다. 대규모 시설재배 농가는 1년 사시사철 하루 종일 사람을 써야하는데 한 달에 겨우 두 번을 쉰다. 농협에서 수매를 안 하는 날이다. 그 이틀도 그냥 쉬지는 않고 반나절은 다른 일을 준비하는 식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0시간을 일하고 달에 하루를 쉬었다. 한 달에 일한 시간을 295시간으로 기록한 노동자도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근로기준법 63조의 규정들을 농업 노동자에게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54시간을 일하며 주휴일 1.4일에 202만원을 받지만, 농축산업 종사자의 평균 주휴일은 0.7, 임금은 160만원 수준이다. 임금이 낮은 것보다도 휴식 없이 일을 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고민은 돈이 적다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하루라도 제대로 쉬고 싶다는 것이다. 참지 못해 신고를 해도 노동청에서 노동시간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250시간에 달하는 노동시간을 인정하면 문제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농업이라고 한다. 이주노동자를 쓰는 농민들 스스로도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말로는 상전 모시듯 한다고 하는데, 상전을 그렇게 모시는 사람은 없다. 저희가 보기에는 상전이 아니고 노예다. 그 상전들이 다 떠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연 지금과 같은 농업과 어업, 양식업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사실 농민들도 늘 죽고 싶다고 얘기한다. 과장이라고는 생각지 않는 게 종자와 사료 값은 계속 오르고, 내가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보다 자기가 적게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래서 노동법을 지키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숙소와 건강보험을 제공해주려면 농민들도 목숨을 걸어야하니, 점점 이상한 방법으로 사람을 착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굉장히 쉽게 착취를 할 수 있으니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계속 쓰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농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 내가 고용하는 것도 아닌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30%의 농민들은 규모화를 하며 농업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렇게 굳이 관심 가져야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드리고 싶다.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으로 농민의 권리가 줄어든다면 이것은 '이권'이지 '인권'이 아니다. 함께 인권을 찾기 위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폐회사 -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지금 이 시기에도 신자유주의는 공고해지고, 농업^농민은 벼랑 끝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농민권리선언이라는 틀로 같이 고민하는 분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 농민의 입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사례들이 특히 가슴 아프다. 앞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오늘 유익한 시간을 위해 모두 애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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