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민 근골격 국가관리제, 어때요?

  • 입력 2020.09.20 18:03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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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지난해 가을부터 어깨가 아프다던 남편이 올봄 수술을 했습니다. 농사일을 많이 해서 어깨와 목에 이상이 생겼었나 봅니다. 남편이 어깨 수술을 하겠다고 주변에 말했더니 여기저기서 수술 후 사용하는 보조기를 주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대관절 사람들이 어깨질환을 얼마나 많이 겪고 있길래 저렇게 많이 어깨보조기를 갖고 있는지, 왜 사람들은 어깨질환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절단기에 손가락 마디가 잘린 농민들이 계를 모아도 될 만큼 많다고들 했는데, 요즘은 어깨 수술을 한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아 보입니다.

힘든 농작업이 기계화되면 근골격 질환이 없어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과도한 농사일은 다른 부위의 근골격 질환을 불러오더라는 것입니다. 자랑삼아 넓은 들에서는 가구 당 몇 백 마지기의 쌀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실상 그 많은 논을 장만할 때 무논을 써리려면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서도 논 상태를 보기 위해서는 연신 뒤를 돌아보게 되니까 목에 무리가 가는 것이고 이는 어깨통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축산농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봄가을에 가축의 조사료를 마련하기 위해 곤포 사일리지-일명 공룡알-작업을 하게 되면 역시나 몸은 정면을 향하고 눈은 뒤를 봐야 하므로 또 어깨와 목 질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계화가 되지 않은 내용은 말할 것도 없지요.

쪼그리고 앉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업의자에 앉으면 무릎 관절은 다소 보호가 되지만 척추질환은 더 많아지게 됩니다. 무릎이 덜 힘드니까 오래도록 일을 하게 되니까요. 요는 장시간 일을 하게 되면 신체의 어느 부위라도 무리가 가게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시간 자체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참 많은 것이 함께 재설정돼야 하는 문제여서 아예 입을 닫습니다.

어쨌건 농민의 관절은 비행기 조종사의 정신건강만큼 중요합니다. 탑승객의 안전한 비행에 조종사의 비행능력뿐 아니라 비행 중에 이상한 마음을 먹지 않는 것이 필요하므로 항공회사가 조종사들의 정신상태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체크합니다.

이렇듯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의 근골격도 국가관리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국가관리제라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 농민들은 근골격질환 유무를 확인하고 예방하도록 안내하라는 것입니다. 2년 주기의 건강검진 속도로는 질환 추이를 확인할 수 없으니 국민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중 육체노동자처럼 매년 실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지난여름 농업안전센터에서 여성농민 특화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을까를 알아보니, 이 사업이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해오던 사업이랍니다.

다만 예산이 적어서 센터에서 알음알음 시행을 해왔는데 올해 예산이 늘어나서 여성농민단체에 검진신청을 요청했던 것이랍니다. 참 많은 농민들이 근골격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두말할 것도 미룰 일도 없이 전 농민의 근골격 국가관리제를 앞당겨 보자구요. 힘들면 계획이라도 세워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의료계가 반기려나 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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