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 ‘구닥다리 농정’ 탈피해야

농경연, 이틀간 ‘농업·농촌 혁신과 미래’ 주제로 토론회 개최
김홍상 원장 “이미 농정 틀 전환 방향 있어 … 추진동력 강화해야”

  • 입력 2020.09.20 11:17
  • 수정 2020.09.20 11:3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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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정의 틀을 전환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달라진 것이라곤 ‘공익직불제’ 도입 하나 뿐이다. 대부분의 농정은 기존 틀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출범 3년차인 올해엔 ‘코로나19’라는 감염병 변수까지 생겼다. 비대면의 일상화, 식량위기의 심화 등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 주최로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렸다.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 토론회’ 첫날인 14일 주제발표는 △농촌재생, 미래 변화를 준비한다(성주인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농촌 사회혁신의 열쇳말 : 사람, 일자리, 사회적경제(김정섭 농경연 연구위원) △그린 뉴딜 시대의 농업환경자원 정책(임영아 농경연 부연구위원) △농업·농촌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태양광) 확대(오인식 농협경제지주 신재생에너지사업단장) 등이었다.

농촌사회의 잠재력 발굴·확산해야

농촌이 처한 고령화·인구소멸 심화 문제는 연구자들의 발표를 통해 적나라하게 재확인 됐다. 김정섭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촌지역의 인구감소가 주민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료는 많다. 현재 인구 2,000명도 되지 않는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생활경제권이 근 20년 사이 인구 감소와 더불어 해체 직전에 도달했는데, 읍내 시장이 제일 먼저 기능을 상실했고, 농협이 통폐합 됐다. 면사무소 소재지의 한의원과 약국이 폐업했고, 군내 버스회사는 마령면과 그 배후 마을을 다니는 배차시간을 조정했다. 이런 식으로 중심지 기능이 소실되면서 주민들이 의료, 문화, 복지 등의 기본적 생활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군청이 있는 진안읍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농촌지역 생활경제권이 붕괴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농촌이 어둡고 소멸되는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지방소멸지수로 농촌의 위기를 말하는데 지방소멸지수 자체가 기본적인 한계가 내장돼 있기에 농촌이 인구 과소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소멸할 것이라고 단언하긴 이르다”면서 “최근 차세대재생력지수가 제안되고 있는데, 농촌지역 상당수에서 차세대재생력지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즉 열악한 생활 여건이지만 아이를 낳고 살아도 괜찮다는 긍정적 미래관을 갖춘 젊은 부모들이 농촌에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정책의 내용과 수단을 확산하는 일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김정섭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농촌에서 일어나는 사회혁신 사례를 들면서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여 협동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최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인구이동 압력은 더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 정부가 귀농·귀촌을 확산한다고 개인들의 선택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농촌 지역사회에 현재 필요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활동이 되도록 전향적인 정책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농촌 혁신과 미래’ 토론회 첫날 종합토론 모습. 첫날 종합토론에는 황의식 농경연 부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영재 농특위 사무국장,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 이유직 부산대 교수, 전용석 농협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 홍성열 증평군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농업·농촌 혁신과 미래’ 토론회 첫날 종합토론 모습. 첫날 종합토론에는 황의식 농경연 부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영재 농특위 사무국장,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 이유직 부산대 교수, 전용석 농협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 홍성열 증평군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농촌사회 전환을 위한 ‘그린 뉴딜’ 정책 모색

최근 국가정책의 새로운 화두가 ‘한국판 뉴딜’이다. 지난 7월 정부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의 계획이 발표됐다. 농업과 가장 관련성 깊은 ‘그린 뉴딜’에서조차 농업분야가 소외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임영아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그린 뉴딜 시대의 농업환경자원 관리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9년에 유럽은 ‘그린딜’ 논의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달성목표를 제시하고 농식품과 생물다양성 등의 분야별 대응 계획도 밝혔다. 같은 해 미국도 ‘그린 뉴딜’을 내걸고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와 불평등 해결을 국가적 목표로 삼았다.

임영아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그린뉴딜에서도 농업의 역할을 보다 지속가능한 환경이슈와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도입한 공익직불제를 통해 농업의 공익성을 높이고 중소농들의 소득문제를 보완해 환경생태 유지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2030 정책의 일환으로 우후죽순 늘어나는 태양광시설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장에도 농촌에 실제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운을 떼면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내 집 옆에 태양광발전시설이 설치된다고 생각해보라.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농민들의 정주권 훼손문제가 심각한데, 이론적 동의만 하다 보니 농민들이 실제 겪는 피해에 대한 고민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도 “농촌현장은 장마로 농작물 상태가 엉망진창이다. 기후위기·식량위기 속에 환경보호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는 농약을 더 많이 써야 하는 모순이 병행하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농촌에 인구유입 대책만큼 기존 농민들이 계속 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을 ‘돈벌이’ 수단으로 접근하면 원칙도 훼손되고 부작용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 에너지 자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정책의 기본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먹거리 보장

다음날인 15일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 농산업 분야의 대응책을 중심으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디지털 뉴딜 대응 스마트농업의 과제(김연중 농경연 선임연구위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농산물 온라인 유통 혁신 방안(김성우 농경연 연구위원) △코로나19 시대 우리 국민의 먹거리 보장(김상효 농경연 부연구위원) △지속가능한 농업·농촌과 국민을 위한 먹거리체계 구축(권오엽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조성처장) 등이 이날 발제된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변화 중 하나는 ‘먹거리 위기’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김상효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국가의 기본책무 중 하나가 먹거리 안전”이라면서 “코로나19로 국민 식생활의 변화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외식지출은 가구원 1인당 1만5,000원 감소한 반면 신선식품·가공식품 지출액은 6,500원과 3,500원 각각 증가했다. 정부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에는 외식감소폭은 1,200원대로 줄었고 신선·가공식품 지출액은 2만3,000원 이상 증가한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개인단위 식품안정성은 개선되고 있으나 도시-농촌 간 그리고 소득수준간 식품안정성 측면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김상효 부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의 충분하고 양질의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나라 농식품지원제도는 양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선진국형 현물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농식품 지원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유영봉 제주대 교수는 “급격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는데, 이런 인식들이 농업·농촌·농민에게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직시는 하는데 대비는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유영봉 교수는 “미래농업의 스마트팜을 얘기하면서 드론 활용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농지기반 상태에서 과연 가능한가” 물었다. 또 “농업에 융복합기술을 얘기하는데, 기초 농학기술이 소멸되는 환경은 놔두고 어떤 융합기술을 말할 수 있나. 원예·농학·축산 회복 없이 미래 농업을 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코로나 사태로 농업의 중요성, 식량안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의 먹거리 안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농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키운다는 내외부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감한 농업분야 ‘뉴딜’을 지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둘째날 종합토론에는 보다 세부적인 농정변화와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종합토론 좌장은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이 맡았고 곽금순 농특위 농수산식품분과위원장,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김철수 아그로플러스 대표, 김현권 전 국회의원, 유영봉 제주대 교수,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조재호 농식품부 차관보가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 둘째날 종합토론에는 보다 세부적인 농정변화와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종합토론 좌장은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이 맡았고 곽금순 농특위 농수산식품분과위원장,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김철수 아그로플러스 대표, 김현권 전 국회의원, 유영봉 제주대 교수,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조재호 농식품부 차관보가 토론자로 나섰다.

 

농특위·농식품부, 농정전환 실행력 높여야

농경연의 이번 토론회는 첫날 황의식 농경연 부원장이 좌장을 맡고 김영재 농특위 사무국장, 김인중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 이유직 부산대 교수, 전용석 농협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정혁훈 매일경제 농업전문기자, 홍성열 증평군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둘째날에는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곽금순 농특위 농수산식품분과위원장,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김철수 아그로플러스 대표, 김현권 전 국회의원, 유영봉 제주대 교수,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 조재호 농식품부 차관보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홍상 농경연 원장은 기조발제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농정전환 전략과 과제를 담은 ‘농어촌365뉴딜’을 국회 토론회 등에서 발표했으나, 세부실천 방안 제시와 농업계 공감대 형성은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농정 틀 전환 방향은 이미 제시돼 있다. 문제는 농업계 내부에서도 공감대 형성이 충분치 않을 뿐 아니라 농업·농촌 이슈가 국가 아젠다화 되지 못한 것”이라면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농특위와 농정기획 및 집행기관인 농식품부가 협력하고 조정해 농정 틀 전환 추진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전문가 중심으로 추진된 농정 틀 전환 논의를 농민단체와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농업인과 농민단체 스스로의 실천방안 또한 모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많은 과거 농정비전에 대한 성찰, 그리고 미래 준비를 위한 협력체계를 더 늦기 전에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경연은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를 논하는 이번 토론회 후속으로 다음달엔 보다 구체적 실행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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