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콤바인으로 지뢰 피해 막겠다는데… 정말 안전할까

강원도·철원군, 밀폐식 대형 농기계 2대 구매해 지뢰 위험지역 수확 지원
농민들 "사고 위험 여전해… 중앙정부의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도 필요”
농식품부 “국방부는 절차나 규정 없다 입장 반복… 협조 요청한 상태”

  • 입력 2020.09.16 18:23
  • 수정 2020.09.18 14: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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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8월 집중호우로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된 강원도 철원에서 잇따라 지뢰가 발견되면서 가을걷이를 앞둔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철원평야에서 가을걷이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8월 집중호우로 마을과 농경지가 침수된 강원도 철원에서 잇따라 지뢰가 발견되면서 가을걷이를 앞둔 농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철원평야에서 가을걷이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지난 8월 호우로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내 마을에서 지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경작지에도 지뢰가 흘러들었을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수확기가 시작되자 일부 농민들은 수확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강원도와 철원군 등 관할 지자체는 임시방편으로 대형 농기계를 구비하고 임대를 지원하는 것으로 안전을 도모할 계획이지만, 지뢰가 있을지도 모르는 논에 농민들이 들어가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접경지에서의 수확기 지뢰 피해에 대한 대책 요구가 높아지자 강원도와 철원군은 지난 11일 철원군수·농업기술센터소장·강원도 친환경농업과장 등이 참석하는 긴급간담회를 열고, 피해농민들의 영농소득 보상과 수확기 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최종 결정된 긴급대책은 위험지역의 수확을 대형콤바인으로 진행하고 강원도가 3억원의 교부금을 통해 그 비용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벼 수확을 중지시키는 대신 강원도와 철원군, 지역농협이 4:4:2의 비율로 ha 당 1,000만원의 영농손실 보상을 지원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논 피해 면적이 770ha나 돼 재정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탐지작업에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박영석 강원도 친환경농업과장은 “강원도 교부금으로 철원군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아예 대형콤바인 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대형콤바인은 밀폐식으로 탑승자가 외부 노출되지 않는 형태라 안전할 것으로 본다”라며 “일부 마을에서 이런 방식에 대한 요청도 있었고, 탐지로 가게 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내년에도 수확에 어려움이 예상 된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피해 농민들의 의견을 강원도 농업특별보좌관에게 전달한 신성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은 “재정여건이나 국방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전체적인 상황파악을 하고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일단 올해 수확은 끝내고 지뢰 탐지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이는데, 밀폐형 콤바인이라고는 하지만 쌀 수확 작업이란 것이 기계만 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므로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굉장히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부의장은 “안전에 대해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 관련 현장에 다녀왔다는 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장 군부대에서는 수십년 동안 지뢰로 피해를 봤지만 절차나 규정이 없어서 이번 건도 보상은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지뢰 탐지는 해줄 수 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원칙적인 답변 뿐”이라며 “농식품부에서 재해대책비로 지원할 수 있는 피해도 아니어서 일단 국방부에 조속히 지침을 만들어 지원을 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곽도영 의장과 한금석 의원 등 강원도의회 의원들은 지난 16일 강원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경지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강원도의회는 유실지뢰에 따른 농민들의 안전보장 및 피해대책을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히며 △농민생명과 안전 보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지뢰탐지 및 제거 시 훼손된 농작물 피해보상 △농작물재해보험에 지뢰 피해 관련 특약보장 신설 등 피해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달했다.

지난 7일부터 청와대 앞 1인 시위로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알리기 시작한 철원농민 최종수 씨는 이날도 청와대로 가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최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사꾼으로 살고 싶다”라며 “농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부디 간절한 이 바람을 놓지 않도록 조처해달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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