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식량위기, 과연 우리는 대처할 수 있나

  • 입력 2020.09.13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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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식량수입국의 식량난이 예측되면서 세계는 다시금 농업과 식량자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OECD 국가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인데 한국은 2018년 기준 곡물자급률이 21.7%에 불과하다. OECD 내에서 최하위 수준 식량수입국이다. 여기에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고 밀 자급률은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는 식량난을 기우 정도로만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는 10여개 농산물을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선 현재 홍수와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식량위기를 겪으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급하게 수입을 대체할 수나 있나? 코로나19 감염의 공포감으로 인한 국경폐쇄와 이동제한은 이것 또한 어렵게 하고 있다. 돈이 있어도 어쩌면 먹거리가 없어서 못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뿐 아니라 진보나 보수정권을 떠나 농업정책은 농업의 경제 지표에 따른 효용성과 비교우위에 따른 논리만으로 관리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었던 필리핀이 과거 식량난에 따른 폭동 뿐 아니라 이번 코로나19 이후 식량난을 겪고 있는 현실이나 아랍의 봄이 밀 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난에 의한 민중의 저항에서부터 시작됐음을 우리는 목격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일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 뿐 아니라 국민들조차도.

세 차례의 코로나19 대응 추경 중 농업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구조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정책 중 그린뉴딜에도 농업은 빠져있다. 특히 그린뉴딜의 중심이 돼야 하는 농업의 지속성을 높여내기 위한 어떠한 전략도 제시하지 않고 개발 중심의 기존 정책에 녹색이란 단어만 뒤집어 씌워 놨다고 성토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은 식량주권 수호 등의 역할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 문화의 근본이고 뿌리다. 이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농업이 창출하는 가치와 공공성 역시 금액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렵다는 것 또한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현재 모습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농업의 지속성을 유지, 강화할 국가의 역할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비교우위와 시장방임적인 경제논리에 매몰돼 눈에 보이는 몇 가지에 대해 땜빵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021년 농업예산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현안분석에 의하면 2019년 농가소득은 2.1% 감소했고 농업소득은 20.6%가 감소했다. 농가소득 감소의 주원인이 농업소득 감소고 코로나19로 농업 외 소득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2021년 농업예산 중 농업 또는 사회안전망을 위해 어디에 예산을 집중해야 하는가?

이런 고민의 흔적을 농식품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식량자급을 실현하기 위해 어때야 하는지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농업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과연 정부 관료만의 문제일까? 1차적으로는 경제적 수치로만 농업을 바라보는 천박한 관료들의 인식이 우선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농업정책을 감독·수정·보완해야 하는 국회의원과 지자체 또한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여당 모 의원이 공익형직불금법 중 가장 많이 발생한 민원, ‘2017년~2019년 중 한 번이라도 신청하지 않은 필지는 직불금 대상 필지가 되지 않는다’는 민원을 해결하고자 개정안을 제출하고 동료의원들 서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당 출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이 동의를 안 해준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그냥 국회의원은 말만 풍성하게 하지 결국은 농식품부를 이기지 못한다. 지역구 예산도 예산이지만 농업을 바라보는 근본적 성찰 자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뉴딜을 정부가 발표하자 서둘러 지자체별 뉴딜계획서가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그냥 정부 정책을 따라할 뿐이다.

과연 우리는 식량위기가 실제로 닥친다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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