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지켜야 한다

  • 입력 2020.09.13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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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당리 관지미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지미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 관지미 일대에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며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관지미 주민들은 당연히 반대했고,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을 가진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반대해 사업추진은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올해 진천군은 사업계획을 약간 변경해 산업단지 조성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주민들의 터전이 개발과 지역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힐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지금 10여 가구의 주민들이 개발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마을과 농지를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사라진 농지가 2019년 한 해 1만6,467ha이다. 최근 5년간 전용된 농지는 연평균 1만5,100ha나 된다. 매년 여의도 면적의 52배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다.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보전하기 위해 우량농지로 지정된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지난해 2,935ha가 사라졌다.

농지법 제3조에 의하면 ‘농지는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 데에 필요한 기반이며 농업과 국민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한정된 귀중한 자원이므로 소중히 보전되어야’ 한다는 농지에 관한 기본 이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법은 농지 보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개정됐다. 경자유전을 훼손해 농지소유를 점점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농지 전용 역시 용인하는 추세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해 농지에 태양광발전 설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농업진흥지역 내 염해 간척지에 20년간 태양광발전 설치를 허용함으로써 앞으로 농지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에 의해 비옥한 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이 매년 2,000~3,000ha가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식량안보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각국은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있다. 감염병 위기가 세계를 강타한 2020년, 곡물자급률이 21.7%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우리는 남북이 분단된 나라로 향후 통일을 대비한 식량생산기반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뚜렷한 농지 보전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 매년 막대한 농지가 사라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조속히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에 따른 농지 보전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농지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서 농지법 제3조에 명시된 농지에 대한 이념이 구현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역발전과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대를 이어 농사짓고 살아온 관지미마을과 옥토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농지법 개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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