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면역 포비아’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재확산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생활 속 방역 습관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보다도 더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면역 포비아’입니다. 포비아(phobia)는 우리말로 하면 공포증입니다. 어떤 상황이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볼 때 위험하지도 않고 불안하지도 않지만,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것을 ‘포비아’라고 합니다.

최근 코로나 때문에 ‘면역 포비아’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열이 나면 안 되고, 콧물도 흘려서는 안 되며, 기침도 하면 안 된다고 느낍니다. 자연스러운 면역 활동이 필사적으로 피해야 할 공포의 대상이 됐습니다.

우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내 몸 안의 의사, 면역력입니다. 우리 몸은 전신을 불덩이처럼 뜨겁게 만들어서 39℃ 이상의 높은 열을 냅니다. 전신의 근육이 녹아내리는 듯, 모든 관절 뼈마디를 확인시키려는 듯 근육통을 만듭니다. 침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구멍이 부어오릅니다. 휴지 한 통을 다 쓰고도 안될 만큼 맑은 콧물과 누런 콧물을 흘립니다. 가래를 뱉어내고, 밤새 잠 한숨 못자도록 기침을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면역 활동입니다.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감기를 앓는 동안 우리 몸은 바이러스, 세균과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싸우는 우리 몸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면역 활동 전체를 중단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면역력이 조금만 일을 하려고 하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합니다. 조급하게 해열제나 항히스타민제, 항생제 등을 써서 면역 활동을 필사적으로 멈추게 하려고 합니다.

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약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특히 한약은 더욱 필요합니다.

열이 있을 때 열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 않습니다. 제일 위험한 것은 탈수입니다. 양기(陽氣)가 허하면 부자나 계지를, 음기(陰氣)가 허하면 석고나 지황을, 수분의 분포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갈근을 사용해 탈수를 막아줍니다. 땀이 안 나거나 많이 나도 문제입니다. 땀이 나지 않으면 마황이나 강활, 총백 등을 써서 땀을 내고, 땀이 많으면 황기나 방풍, 갈근 등을 써서 땀이 덜나게 합니다.

대변을 못 보면 대변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대변을 못 보는 이유가 어혈(瘀血)이면 대황이나 당귀, 담열(痰熱)이면 과루인 등을 씁니다. 설사를 하는데 원인이 소화기가 약해서면 백출, 복령 등을, 염증이 심하면 황금, 황련 등을 씁니다. 구토를 하면 반하 등을 써서 구토를 멈춥니다. 목구멍이 부었을 때 몸이 차면 인삼이나 길경을, 열이 많으면 금은화, 연교를 씁니다.

한의학은 단순히 열이 있다고 해열제를 쓰지 않습니다. 체질이 어떠한지, 양이 허한지, 음이 허한지, 열이 있는지, 몸이 차가운지 등을 파악하여 열이 나는 동안 안전하게 바이러스, 세균과의 전투를 승리로 끝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변증(辨證)하여 치료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의 면역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 몸과 면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사나 한의사는 우리 몸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약간 도와줄 뿐입니다. 진실로 나를 치료하는 것은 의사나 한의사가 아니라 내 면역,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