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시장이 시장을 창출한다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백혜숙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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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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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경제포럼 연차 총회(다보스 포럼)의 최대 이슈는 ‘기후 위기’였다. 기후 위기로 인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2 이상이 손실될 위험에 처했으며, 특히 농업은 2조5,000억달러, 식음료는 1조400억달러로, 건설(4조달러) 부문에 이어 손실 위험이 2위, 3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블랙스완)보다 더 충격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그린스완)를 감지하고 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하며 신(新)기후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지방정부의 협력과 다짐을 선언하는 ‘탄소 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 발족식’을 개최하는가 하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등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란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하고 있다. 농업계에서는 식량자급률 관리체계 법제화 움직임과 함께 유기농・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한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년)’의 마지막 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확산 및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농업환경보전 강화와 더불어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소비 확대와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계약(New Deal)을 뛰어넘는 새로운 신뢰관계(New trust relationship)를 형성할 수 있는 인증체계 개선과 유통체계 확충이 필요하다. 농업환경보전 강화와 유통체계 확충에 중점을 두고 제5차 계획을 수립한다면 유럽 그린딜(Green Deal)에서 강조하는 생태주의적 관점의 순환경제가 보편화할 기반이 된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0 농식품 소비 트렌드’ 조사(<주간 농업농촌식품동향> Vol.34)에 의하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정 내 조리 횟수가 늘고 동네 슈퍼마켓과 온라인 구매가 증가했다고 한다. 국산 농산물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33.5%로 나타나 이의 소비 확대 가능성은 커졌으나, 유통경로가 제한적인 친환경농산물은 유통기반 확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소개했다. 같은 연구원에서 2013년에 발간한 ‘친환경농산물 도매시장 유통 활성화 방안’에서는 이미 친환경농산물 생산물량 증가분을 생협, 대형유통업체 등 기존 유통채널에서 전부 처리하는 것에 한계가 발생했고, 지속적 생산과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도매시장 취급체계 정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유통경로 중 생산자가 지역농협에 출하하는 비중은 37.6%, 생산자단체 출하는 10.8%, 전문유통업체 10%, 학교급식 8.4%,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8.1%, 친환경전문점 7.6%, 직거래 7.3%, 도매시장 비중은 4.1%였다. 반면 소비자가 친환경농산물을 접하는 경로는 학교급식이 39%, 대형유통업체 29.4%, 친환경전문점 9.8%, 생협 9.4%, 직거래 7.3% 순이었다.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은 전체 농경지의 5% 수준이지만, 학교급식을 통해 전체 공급물량의 약 40%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3센터)는 가락시장에 있다. 친환경농산물 전문거래소가 가락시장에 설치된다면 소비지의 접근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도 살리고 공영도매시장 본연의 기능 회복과 공공성 강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가락시장은 각 지역의 농산물이 모이는 최대 시장이다. 상품 구색을 갖추고 있고, 매일 이뤄지는 농산물 안전성 검사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대량 매입할 수 있으며, 소비지의 유통환경 변화 등 다양한 유통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으로 하루 2만여 대의 차량이 농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출입한다.

코로나19 시대, 동네 마트 등에서 친환경농산물 구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가락시장에 친환경농산물 전문거래소가 생긴다면 동네 중소 마트 상인들의 구매력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들이 구색을 맞추려 친환경농산물까지 구매할 것이며, 올해 시범적으로 시행 중인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등 서울시 먹거리 분야 공공시장과의 연결도 수월해진다. 그야말로 시장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가락시장 내 전문거래소 설치와 함께 공영도매시장에서의 친환경농산물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생활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조항을 넣어 종합유통센터 설립 시 농안기금 활용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2012년부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생협,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소비지 친환경농산물 판매시설 자금지원’ 사업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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