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 누구의 생일인가?

  • 입력 2020.09.06 18: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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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달 15일은 농협중앙회 창립 59주년 기념일이다. 지난해까진 농·축·인삼협 중앙회가 합치며 통합농협중앙회가 출범한 7월 1일이 창립기념일이었지만, 올해부터 농협은행과 옛 농업협동조합이 통합한 종합농협 출범일인 8월 15일로 변경했다. 창립기념일은 농협의 생일인 셈이다.

창립기념일에 맞춰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지주, 계열사들은 540억원 이상의 지원금과 기념품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지역농협에서도 지원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금액은 적지만 지원금을 받았다.

농협중앙회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노동자도 한 축을 담당했기에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복지는 단체협약을 통해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이와 함께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면 이 또한 시정돼야 한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농협중앙회 창립기념일에 지원을 받아야 할 이가 누구인지는 곱씹어볼 일이다. 갈수록 줄어들며 고령화되고 있지만 꿋꿋이 농촌 현장에서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이 농협의 초석을 닦아온 주인공인 까닭이다.

지역농협 직원들의 창립기념일 상여금 지급 소식에 농촌 현장의 농민들은 “농협 생일잔치의 주인공은 직원이 아니라 농민”이라며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지주, 계열사 직원 수백억원 지원 소식이 전해지면 아마도 그 탄식은 성토가 될 수도 있다.

그 배경엔 농협중앙회와 경제·금융지주, 계열사, 지역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잃어버린 ‘신뢰’가 있다. 농업소득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임직원의 고액연봉, 끊이지 않는 배임·횡령 등의 사건·사고가 그 원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긴 장마로 인한 수해, 게다가 앞으로 닥칠 태풍 피해까지, 농민들의 얼굴엔 이미 근심이 한가득이다. 지역농협과 농협중앙회 운영의 중심에 농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더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다면 농민도, 노동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창립기념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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